
임문수 다도글로벌 회장 [사진=다도글로벌]
K컬처, K뷰티에 이어 K푸드까지 우리나라 고유 콘텐츠를 향한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이 날로 대단하다. 김치,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김밥에 이어 최근에는 펫푸드까지 수출 대열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공전의 히트를 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는 K미식여행을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까지 만들어 냈다.
K푸드의 힘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와 발효문화를 비롯해 3면이 바다인 지리적 이점에서 온 풍부한 식자재의 개성 넘치는 다양함이 결합된 일종의 '합작품'이다. 아울러 요리사와 개발자들의 창의성, 정교함, 대담함이 어우러져 K푸드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런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호식품이 바로 커피다. 대한민국은 커피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내에는 10만 개가 넘는 카페가 있고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405잔을 마시는 한국은 세계 3위 커피 시장이다.
이외에도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카페인 수혈 등 독특한 한국 카페 문화가 있으며 카페에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며 머무르는 시간이 긴 점도 특징이다.
한국의 카페는 미국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말한 '제3의 장소'로 통한다. 레이 올든버그는 현대인의 생활이 제1장소인 집과 제2장소인 직장을 오가는 것이 전부라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도시에 사는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공식적 공공생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3의 장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마시는 것이 커피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 다시 말해 카페인 섭취를 위한 커피에 길들여져 있던 대중의 입맛이 고급화되기 시작했고 스페셜티 커피 시대에 이르러 카페라는 공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카페 내부 넓은 좌석은 지인 간 대화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콘센트가 달린 테이블과 무료 와이파이는 비공식적 공공생활을 누리기 위해 오래 머물러도 좋다는 메시지를 준다. 여기에 뛰어난 품질의 커피 한잔은 대화가 중심이 되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편안한 제3의 장소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카페가 어렵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레드 오션(포화 상태)과 불황으로 폐점률이 가장 높다는 우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드오션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아가는 경쟁력 있는 카페 브랜드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또 기존에 성공한 브랜드들은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국내 카페 시장 경쟁력은 계속 발전해 나가는 중이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에서의 성공만 믿고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갔다가 실패하는 다른 외식 사례를 거울 삼아야 한다. 급하지 않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나씩 만들어 나갈 때 국내 커피 브랜드의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좋은 커피에서 나온 크레마(커피 위에 뜨는 황금색 거품)는 오랫동안 여운을 준다. 좋은 크레마처럼 오랫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 커피브랜드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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