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계시록' 류준열 "새로운 얼굴 찾으려…과감히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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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5-04-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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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배우 류준열(38)의 얼굴에 '균열'이 일어났다. 광기와 믿음 사이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며 내면을 파고들던 그는 균열을 통해 기존 작품과는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균열의 틈이 깊어질수록 억눌렸던 신념과 광기, 혼란과 의심이 쏟아져 나왔고, 결국 시청자들은 그로 인해 밀려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류준열이 연기한 성민찬은 개척 사명을 받고 작은 교회를 이끌며 신실한 삶을 살던 중 갑작스럽게 일어난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게 되고 하루아침에 변화를 맞게 되는 인물. 류준열은 깊고 어두운 인간의 심연까지 파고드는 그의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계시록'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다.

"글로벌 TOP10 비영어 부문 1위를 했잖아요. 하하. 확실히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보다 피드백이 빠르더라고요. 정말 감사하고 기쁜 마음입니다. 사실 저는 제 연기를 보는 게 쑥스럽고 창피하거든요. 늘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그래도 작품이 좋은 성과를 거둬서 뿌듯해요."

류준열은 극 중 성민찬의 믿음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가지는 맹목적 믿음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고 연상호 감독과 함께 차근차근 내면부터 다져나갔다.

"이번 캐릭터는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렇더라고요. 연 감독님이 노트북을 들고 오셔서 제가 생각하는 민찬에 대해 받아적기도 하시고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계시록'은 인간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구나, 어떤 믿음의 카테고리 안에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실제 개신교 신자인 류준열은 '계시록'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그는 믿음과 종교의 보편성에 관해 언급하며 설득의 과정을 전달했다.

"종교는 믿음을 형상화하는 좋은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종교가 없는 사람도 무언가를 믿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죽으면 끝일 거라고 믿는 것도 하나의 신념이고요. 어디로 가는지, 사라지는지—그 자체가 종교 여부를 떠난 '믿음'인 거죠."

이어 그는 영화에서 다루는 신의 존재나 계시에 대해 "신이 등장하거나 계시를 받는다는 설정이 굉장히 직관적이고 강하게 다가올 수 있다"며 "만약 기자님께 실제로 신의 음성이 들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순간 바로 종교가 생겨버릴 것"이라며 농담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글로벌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것도, 교화나 문화권은 달라도 '믿음'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기 때문 아닐까요?"

류준열은 이번 작품에서 연기의 결을 다르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작은 믿음', '큰 믿음'이라는 표현처럼, 민찬이 받은 신의 계시는 절대적인 것이었고, 그 안에서의 선택은 과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는 계시를 받는다는 설정인데, 그 안에서 인물이 흔들리는 순간들을 시청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작들과 다른 지점도 명확히 있죠. 생활감이나 리얼리즘을 중심에 두고 준비했던 작품들과 달리, 이번에는 '믿음'이라는 강한 에너지를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연기의 방향 자체가 달라졌어요. 그 믿음을 표현하려면 배우도 과감해질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기존 연기와는 확실히 다른 결을 만들어가게 됐어요."

류준열은 영화 '계시록' 속 민찬과 동명 원작의 민찬의 차이점, 인물이 선인지 악인지에 대한 시선을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민찬'이 악역이냐고 묻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성민찬은 끝까지 '선을 행한다'고 믿는 인물이거든요. 원작에서는 올백 머리, 수트 차림에 날카롭고 세속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지만, 영화에서는 조금 더 인간적이고 복합적인 모습으로 접근했어요. 성민찬이 끝까지 주장하는 건, 자신의 선택이 욕망이나 감정이 아닌 '신의 계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인데요. 마지막 장면에서 평온한 얼굴을 하는 이유도, 그가 신의 뜻을 완벽히 수행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에요."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그는 목사 성민찬을 위해 레퍼런스로 정치인들의 모습을 참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유려하고 능수능란하게 말하는 달변가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실제로 목사님이나 정치인 분들이 주는 어떤 신뢰감이 있잖아요. 그걸 바탕으로 기도를 시작할 때는 담담한 톤인데, 끝날 땐 갑자기 에너제틱하게 하이톤으로 바뀌는 식의 변화요. 그런 톤 변화 자체가 인물의 양면성과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디테일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고 행복해요. 특히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을 캐치해주시고 반응해 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또 즐겁고요. 이 인물이나 영화 전체가 겹겹이 쌓인 레이어처럼 느껴지다가 끝에서야 어떤 지점을 딱 던지고 마무리되잖아요. 그게 포인트처럼 느껴지는 것도 좋아요."

영화 '계시록'은 성민찬이 주축이 되어 오롯이 그의 감정을 전달, 힘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했다. 그는 성민찬이라는 인물에 깊이 들어가 있었던 시간 속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중심이 '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민찬이라는 인물이 중심에 서 있으니까, 그걸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원래도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았고, 소명처럼 느껴지는 지점도 있었어요. 저 스스로도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는 부분인데, 그런 고민이 오래된 거라서인지 자연스럽게 그 감정 안에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류준열은 이번 작품으로 연기적 호평을 얻었다. 그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했다며 시청자들이 그것을 알아봐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과감하게 했어요. 제 연기론과는 조금 다른 결이긴 한데, 이 작품에서는 그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하자면 한 스푼 더 얹은 느낌이죠. 얼굴도 새로운 얼굴을 고민한 건 맞고요. 주변에서 쓴소리해 주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피드백을 받아들이기도 해요. 요즘엔 기본적으로 '새로운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큰 타이밍인 것 같아요. 똑같은 거, 뻔한 걸 하면 굳이 저를 찾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새로운 얼굴을 찾으려고 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런 얼굴을 알아봐 주셔서, 그게 너무 행복했어요."

류준열은 '계시록'이 단순히 소비되는 영화가 아니라, 곱씹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는 뜯어보는 작품을 좋아해요. 두 번 보는 영화가 흔치 않잖아요. 그런데 '계시록'은 두 번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영화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번에 '소셜포비아'가 개봉 10주년이라 상영회를 또 하게 됐어요. 그게 정말 기쁘더라고요. 10년 뒤에 누군가 다시 볼 수 있고, 그걸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사들이 많거든요. 저도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씩 다시 보게 되는데, 이 영화도 그런 작품이 되면 좋겠어요."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배우 류준열 [사진=넷플릭스]

류준열은 배우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참 감사하다"는 말로 진심을 전했다.

"좋은 것만 보게 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게 저 스스로도 상상 못 한 일이었어요. 뭔가 대단한 일을 했던 것도 아닌데, 여기까지 온 게…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가게 돼요. 하루하루 작품하고, 스태프들과 수다 떨고, 그게 너무 재밌어요. 물론 그 이면에는 괴로움도 있고요. 다음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데, 사실 전혀 감이 안 와요. 여기까지는 '노력 열심히 했다'는 식의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가야 잘 갈 수 있을까?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그런 막연함이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피식피식 웃게 되는 게… '아, 나 철든 건가?' 싶다가도, '근데 철들면 안 되는데' 싶고, 애매해요. 하하. 그래서 요즘은 여행도 다니고, 원래 나의 모먼트를 다시 만들어보려고 해요."

40대에 접어든 그는 카메라 안팎으로 가졌던 고민과 나름의 해답을 전하기도 했다.

"예전엔 고집도 있었고, 제가 해왔던 선택들이 있잖아요. 그게 점점 커지고 무거워지더라고요. 이게 38살의 고민이구나 싶어요.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양조위 배우를 만났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질문 하나를 받아도 그냥 넘기지 않고, 제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한 것 같다고 이메일까지 써주셨어요. '어떻게 이런 배우가 될 수 있지?' 싶었죠. 근데 본인은 그저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좋은 홍콩 영화들이 한창 나올 때 배우가 됐던 것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다라고요.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저도 좋은 시대에 배우가 된 것 같아요.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크고, '계시록'에 대해 재밌게 봤다는 말도 많이 듣고요. 감사하죠.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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