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26.39원 오른 100엔당 1008.21원을 기록했다.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약 2년 만에 1000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 3월 22일(1011.75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와 중국의 맞대응 조치로 시장에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같은 시각 엔·달러 환율은 0.31% 내린 145.576엔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33.7원 급등한 1467.8원이다. 코로나 유행 초반인 2020년 3월 19일(40.0원) 이후 최대 폭이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에 32.9원 떨어졌는데 하루 만에 하락분을 되돌린 것이다. 환율은 장 시작부터 27.9원 뛴 1462.0원으로 출발해 1471.6원까지 올랐다.
주말 동안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며 달러 강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101대까지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64% 오른 102.546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워 원화 약세 흐름을 가중시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958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미국 관세 폭풍이 당분간 외환시장을 뒤흔들면서 상대적으로 엔고 현상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엔·달러 환율이 올해 140엔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막샤 트리베디 골드만삭스 외환·금리·신흥시장 전략 총괄은 "엔화는 미국 실질금리와 미국 증시가 동반 하락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조은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 행보를 보이면서 엔화 추가 강세 기대감이 크다"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재점화되면 엔화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한은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상대 부총재는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고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24시간 점검체제를 통해 금융·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가용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