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역효과만 낼 '트럼프 관세정책'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트럼프의 비밀병기 상호관세(the reciprocal tariff)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엉뚱하다 싶게도 캄보디아 49%, 라오스 48%, 베트남 46%로 가장 높은 국가에 속했고 한국은 25%, 중국은 34%, 일본은 24%로 나타났다. 필자가 미국의 국가별 수입 비중을 감안하여 계산한 실효상호관세율은 약 30%였다. 상호관세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결과 미국 주가는 이틀 만에 10%대나 떨어지고 달러 가치도 1% 가까이 추락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심하게 출렁거렸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흔들리지 않는 듯하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이론을 제공한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스티븐 미란의 지침서를 보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얼마나 허약하며 이율배반적인지 잘 알 수 있다.
 
 
<미국 문제의 핵심은 달러 초강세에서 출발한다>
 
미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핵심 브레인들은 미국 제조업 붕괴의 핵심 원인을 달러 강세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견딜 수 없는 무역적자가 교역 상대방의 불공정거래와 함께 달러 강세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게다가 심각한 수입 의존으로 인해서 국가안보가 침해되며 공급망이 붕괴되는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고 동시에 적국의 경제성장을 돕는 꼴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처방책은 달러를 약세화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문제는 달러가 초강세를 지속하는 이유가 기축통화라는서 달러 역할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세계 최강국이다 보니 외국의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들이 달러, 특히 미국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너무 강하여 달러가 강세라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달러 보유 수요 때문에 달러 강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진저자 제공 트럼프의 미국위기 해석과 해결방안
[사진=저자 제공] 트럼프의 미국위기 해석과 해결방안
 
 
그래서 미란은 두 가지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마러라고 합의라고 일컫는 환율 대책, 즉 일방적 환율 대책 및 다국적 환율 대책이고 다른 하나가 상호관세 정책이다. 이번에 발표한 상호관세는 대체로 대미 무역흑자를 대미 수입액으로 나눈 값의 절반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정부와 스티븐 미란이 관세에 집착하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수입을 억제함으로써 국내 공급업자 경쟁력이 살아나서 국내 생산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세를 지렛대로 하여 교역 상대방에게 국가안보상의 유리한 조건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는 없다는 미란의 환율상쇄(currency offset) 이론>
 
미란은 관세를 부과해도 달러표시 수입가격은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소위 환율상쇄(the currency offset) 이론을 주장한다. 관세율(τ)이 오르면 그만큼 달러가 강세가 되므로 달러표시 가격이 떨어져서 서로 상쇄된다는 논리다. 관세를 부과했을 때 달러가 강세가 되는 이유로는 세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미국 무역흑자가 증가하거나 혹은 무역적자가 감소하여 달러가 강세가 된다는 주장이다. 또 수입물가가 단기적으로 올라가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므로 달러가 강세가 될 것이고 또 관세로 수출이 촉진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면 미국 달러가 강세가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논리는 수출업자가 수출가격을 자국 통화로 표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는 수출업자가 수출가격을 달러로 표시한다. 따라서 환율이 변동하더라도 수출가격이 변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미국의 수입가격은 관세만큼 그대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실증분석도 관세율과 수입물가가 거의 같은 정도로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서 환율상쇄 이론은 맞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공급 및 고용이 늘어날까>
 
관세를 부과하여 국내 공급이 늘어나려면 반드시 국내 가격이 올라가야 한다. 국내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국내 공급이 늘어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미란은 ‘환율상쇄(currency offset) 이론’을 주장하면서 국내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공급이 늘어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환율상쇄 현상 때문에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모순이다.
 
설혹 국내 가격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국내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국내 공급이 늘어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멕시코산 아보카도나 테킬라에 의존하는 미국에서 관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국내 아보카도나 테킬라를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국내 공급업자가 생산설비를 갖추어 국내에서 아보카도나 데킬라를 생산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또 일본산 카메라 수입에 높은 관세를 물리더라도 인력, 장비 혹은 기술 문제 때문에 미국 국내에서 일본산과 같은 높은 품질의 카메라를 생산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국내 생산이 늘고 고용이 늘며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도는 생각보다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는 얼마나 될까>
 
미국의 연간 수입 금액은 약 3조3000억 달러(2024년)다. 관세에 따른 관세 수입은 수입품목의 가격탄력성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가격탄력성이 1이라고 가정하면 관세를 25% 물리면 수입물량이 25% 축소되므로 관세수입은 6200억 달러가 된다(3조3000억*25%*(1-25%)). 만약 가격탄력성이 2라고 가정하면 수입물량은 50% 축소될 것이므로 관세수입은 4100억 달러로 줄어든다(3조3000억*25%*(1-50%)). 관세효과가 커서 수입이 많이 줄어들수록 관세수입은 줄어드는 역설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각국의 상호관세를 미국의 수입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한 실효상호관세는 30%다. 실제로 관세수입이 얼마가 될지는 실적이 나와 봐야 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수조 달러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관세로 인해 미국의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며 국내 생산 증가도 미미할 것이고 세수 증대도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이션만 자극하면서 금리가 인하되지 못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도 불안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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