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열린 미디어 대상 테크데이에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했다. 보다 개선된 시스템을 토대로,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엔진 라인업과 결합돼 100마력 초반부터 300마력 중반까지 시스템 출력 커버리지를 갖춰 하이브리드차를 보다 폭넓게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이 더욱 다변화될 전망이다.
강동훈 현대자동차 제품기획팀 파트장은 "현재는 3종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아반떼부터 카니발까지 대응을 하고 있는데, 그간 소형 차종이나 300마력 이상 출력이 요구되는 대형 차량에 대한 지원은 미흡했다"며 "특히 팰리세이드와 같은 대형 SUV나 제네시스 브랜드 등 대형 차들의 중요도가 지속 확대되고 있어서 이들에 대한 하이브리드 확대 요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출시되는 팰리세이드의 하이브리드 차종에는 개선된 시스템이 적용된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된다.

기존 시스템에 비해 새로운 모터가 추가됐고 허용 토크도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부품 크기도 커질 수 있었지만, 현대차는 모터·댐퍼·변속기 등의 패키징 기술을 최적화해 크기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방지했다. 단위부피당 출력 밀도를 약 21%, 토크 밀도를 7% 늘렸다. 이에 전체적인 변속기 부피를 줄여 준중형·중형을 넘어 여러 차종에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형 SUV에 탑재되는 2.5 터보 하이브리드 기준으로 동급의 가솔린 모델 대비 연비는 약 45%,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약 19%, 9%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내세우는 것은 최근 그룹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을 확대하는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아는 지난 9일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57만3000대에서 2030년 107만4000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조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실제 이날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로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친환경 차량의 대표 주자로는 전기차가 꼽혔으나,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면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인 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을 더욱 늘리는 추세다. 강동훈 파트장은 행사 후 기자와 만나 "파워트레인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전기차 캐즘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다"며 "전기차로 가는 궁극적 목표가 바뀐 적은 없지만 과도기를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중요하기에 다양한 전략을 가져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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