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봄 워커힐 호텔 입구에서 벚꽃잎이 흩날리는 언덕길을 오르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세계 각국의 와인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호텔 내 가장 높은 언덕 위에서 열리는 워커힐 호텔의 시그니처 와인 페어 ‘구름 위의 산책’이 올해 더욱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름처럼 구름 위에 올라선 듯한 풍경. 도심 속이지만 빽빽한 건물 대신 탁 트인 하늘과 분홍빛 벚꽃이 배경이 된다. 4월 5~6일 양일간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와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행사는 정오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됐다. 첫 주말이었던 4월 5일에는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비 오는 토요일에도 700여 명이 찾았고, 다음 날인 일요일에는 화창한 날씨 덕분에 1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와인 페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방문객들의 손에는 워커힐에서 제공한 시음잔이 들려 있다. 잔을 들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걷다가 마음에 드는 와인 부스 앞에서 시음을 요청하면 된다. 부스를 지키는 소믈리에가 직접 와인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시중에서는 구입할 수 없었던 희귀한 와인까지 맛볼 수 있다.
허민준 레드카이트 CEO는 “소믈리에 요청으로 이번 와인 페어에서 호주 태즈매니아 와인을 선보이게 됐는데, 호주에서 95%가 자국에서 소비되는 희소성 있는 와인이다 보니 현장에서 많이들 좋아해 주셨다”면서 “일반 소비자 대상으론 판매되지 않았던 와인이고, 와인 페어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어 인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와인페어에는 전년 대비 출품 와인이 약 30% 늘어난 1000여 종의 와인이 준비됐다.

입구 첫 부스에서는 달콤한 그리스 와인과 그리스 증류주를 맛볼 수 있었다. 파블로스장 헬레닉와인 CEO는 “그리스는 포도 재배를 위한 최적의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나라다 보니 최고 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진다”면서 “같은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도 그리스 와인은 향이 다르고, 달콤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가자주류 부스에서는 가성비 좋은 와인이 인기를 끌었다. 박정원 가자주류 본부장은 “매년 워커힐 와인페어에 참여할 때에는 전략적으로 가성비 좋은 와인 중심으로 라인업을 짜고 있다”면서 “이번 페어의 메인 와인인 ‘브란콧 에스테이트 말보로 쇼비뇽 블랑’은 행사에서 1만원대에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음식도 빠질 수 없다. 푸드트럭에는 △크림치즈 바게트 △쉬림프 바질 파스타 △채끝 스테이크 플레이트 △마르게리타 피자까지 와인과 어울리는 양식부터 닭꼬치와 불초밥 같은 간편식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먹거리가 가득했다.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시간에는 아직 쌀쌀한 날씨 탓에 따끈한 어묵과 즉석 라면도 인기였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강민재씨(31)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아 와인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전 세계 다양한 와인을 부담 없이 시음해볼 수 있고 와인마다의 특징과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들을 수 있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라며 “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색다른 경험이 가능해 지인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민선씨(33)는 “와인잔 하나 들고 다니면서 세계에서 온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신세계였다”면서 “심지어 가격도 온·오프라인 최저가라고 하니 안 살 이유가 없고, 와인 페어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올해 와인 페어는 관람객 편의를 한층 높였다. 호텔은 행사장 전반과 참여 부스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서비스로 제공, 어떤 와인을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현장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와인 수입사가 26개 참여하고 1000여 종이 넘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와인 페어는 매년 와인 애호가들의 벚꽃 시즌 필참 행사로 사랑받고 있다”면서 “와인 페어가 끝나고 17일부터는 7가지 코스 요리와 와인 페어링을 즐기는 ‘와인 나이트’도 준비돼 있으니, 올봄 피자힐에서 준비한 다양한 와인 행사를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