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장애인 고용촉진, 다양성을 가능성으로 만드는 우리를 위하여

강동욱 한경국립대 복지융합학부 학부장 사진고용노동부
강동욱 한경국립대 복지융합학부 학부장. [사진=고용노동부]
매년 4월은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기간이다. 장애인이 일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장애인 고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여건을 되돌아보게 된다.

독일의 저명 철학자이자 <리스본행 야간열차> 작가로 유명한 페터 비에리(Peter Bieri)는 '삶의 격'에서 "일없이는 존엄도 없다!(pas de dignitésans emploi!)"고 했다. 일자리는 단순히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각자가 가진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이며, 일을 통해 우리 모두는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자각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24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고용률은 33.8%로 전체 인구 고용률 63.5%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 비중이 점차 증가해 15~29세 장애인구의 68.4%에 달한다.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인공지능(AI) 등 급격한 기술변화 역시 장애인 고용에 있어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온다. 

다행히도 정부는 장애인 고용환경 변화에 대응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발달장애인을 다수 고용한 표준사업장 확산을 위해 시설투자 등에 필요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 간 또는 손자회사 간 공동 출자를 통한 표준사업장 설립을 허용해 여력 있는 대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개선을 추진 중이다. 취업 이후에도 지속·반복적 훈련이 필요한 발달장애인 대상 훈련과정을 확대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디지털 훈련센터도 해마다 확충하고 있다. 장애인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직무개발 및 컨설팅도 적극 지원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과 중증장애인 비중은 개선 추세다. 먼저 필자는 그간의 노력과 성과에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다만 장애인 고용정책의 질적 개선을 위해 몇 가지 당부를 전하고 싶다.

먼저 기업과 구성원들은 장애인 고용을 단순히 법적 의무 이행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ESG 경영, 특히 사회적 가치(S) 실현의 수단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연말에 형식적으로 취약계층 가구나 복지기관에 생활물품이나 연탄을 기부하고 사업체 임직원과의 기념사진 촬영으로 마무리하는 일회성 행사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감동은 매우 제한적이다. 다양한 구성원과의 협업을 통해 발생한 창의성과 사회적 가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애인, 노인, 이민자, 소수인종 등의 다양성 개념을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오고 있다. 

둘째 정부는 어려운 여건에도 고용 개선을 위해 애쓰는 기업의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의무 미이행 기업에 대한 부담금 부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의 파트너로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장애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양성해 기업과 연결해줘야 한다. 장애인 채용에 적합한 직종·직무 개발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유지 지원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전례 없는 높은 관세율 부과, 국내외 정치적 상황 등으로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위기국면이라 기업들의 애로는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짐작된다. 장애인 고용을 기업의 책임으로만 전가해서는 안 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장애인을 고용하려는 기업과 이미 고용하고 있는 기업을 돕고 지원해야 한다. 

장애 유형별 특성에 맞는 훈련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한 과제다. 최근 증가하는 발달장애인 특화 지원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신체적, 감각적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고려도 필요하다. 다양한 장애유형의 직업인들이 장애와 상관없이 활기차고 보람있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나라여야 진정한 선진국이다. 그들이 살기 좋은 나라는 우리 국민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또 하나의 가능성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관심이 멈추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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