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의 무역 및 관세 협상을 앞둔 일본이 ‘엔저(엔화 약세)’와 관련해 미국 측의 공세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줄곧 일본의 엔저 정책 기조를 비판해 온 가운데 일본 측이 이를 타개할 카드를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이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 측의 엔화 가치 인상 압력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차츰 금리를 인상하며 초완화 통화정책에서 탈피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과도하게 느리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일본 정부의 협상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 측이 엔화와 통화정책 논의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고, 다른 소식통은 미국 측이 엔저의 반전을 바라면서도 일본 측에 구체적인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교도통신 역시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통화정책에 강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미국이 관세 협상을 계기로 일본에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엔화 강세를 유도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일본 역시 이를 위해 BOJ의 금리 인상 등을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측근인 사이토 진은 양국 간 협상 결과가 "BOJ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또한 일본 여당 자민당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책조사회장(정조회장)은 “엔화 약세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며 “엔화 강세를 위해서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NHK에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이터는 BOJ가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있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현재의 0.5%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BOJ가 추가적인 엔저를 막기 위해 서둘러 금리 인상을 시사해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미국에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면 부정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과의 협상을 맡을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 역시 양국에 이익이 되는 '윈윈'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가능한 미국과 협력하는 자세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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