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트럼프? 참의원 선거서 '일본인 퍼스트'로 日휩쓴 참정당

  • 식품·백신·배외주의 등 알기 쉬운 주장 집중...정치 무관심층 흡수

  • 전문가 "자민당, 참정당에 표 빼앗겨 50석 확보 실패"

가미야 소헤이 일본 참정당 대표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가미야 소헤이 일본 참정당 대표[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가장 눈길을 끈 현상 중 하나는 신생 정당 참정당의 급부상이었다. 2020년 결성된 참정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연상케 하는 ‘일본인 퍼스트’ 구호를 내세워 좌도 우도 아닌 중도 민심을 휘어잡았다. 

이에 종전 참의원 의석수가 2석에 불과했던 참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15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참정당은 이제 예산이 필요하지 않은 법안을 단독으로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참정당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발신하며 ‘정치 무관심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유권자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참의원 선거 기간 이전인 5월 무렵부터 구호로 내건 ‘일본인 퍼스트’였다.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는 이달 6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의 사회보장이나 교육지원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에 불만을 갖는 국민이 많다”고 그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일본인 퍼스트’에 대해 “SNS에서 가장 자주 보는 말로, 이를 주장해 달라는 것이라 생각해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이 오랜 기간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민 문제 등에 있어 보수적인 의견을 가진 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본 정부가 유학생의 수업료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참정당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보수 언론과 인터넷 여론에 정통한 작가 후루야 쓰네히라 씨는 참정당의 인기 급증에 대해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고 수용하기 쉬운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창당 초기에는 식품 안전이나 백신과 같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문제에 중점을 두고, 이후 ‘외국인 유학생이 우대받고 있다’거나 ‘외국인으로 인해 치안이 악화되고 있다’는 등 근거가 약하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주장을 통해 손쉽게 여론 침투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타 마사키 오사카경제대 교수도 22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인 퍼스트’가 외교와 경제 정책에 두루 통용되는 마법의 말이라며 “거부하기 힘든 주장을 통해 지지를 모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이자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일본인 퍼스트’가 일본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하타 교수는 또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정당이 자민당 지지층을 일부 흡수했다면서 참정당이 당선자 1명을 뽑는 1인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면 여당이 목표로 삼았던 50석 이상을 확보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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