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메타버스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산업과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기술만 남았다.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더해지며 '기술을 작업자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느냐'가 화두로 올라섰다.
코로나19 당시 메타버스로 각광받았던 더블미(double me)도 메타버스가 아닌 3D 모델링 기반에 AI를 덧붙이며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촬영만으로 3D 모델링 가능···기술 진입장벽 낮춰
"더블미 기술을 활용하면 스마트폰 사진을 촬영해 누구나 쉽게 3D 모델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김희영 더블미 대표는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중구 더블미 사옥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더블미는 2015년 김 대표와 오빠 김희관 대표가 함께 설립했다. 김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오빠가 함께 창업하자고 제의했다. 대학원을 경영학으로 전공하기도 했고 '오빠를 도와주자'는 마음에 함께 일을 시작했다"고 말문을 뗐다.
이후 자체 기술한 개발인 볼류메트릭 비디오 캡처가 업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회사가 성장했다. 더블미가 개발한 볼류메트릭 비디오 캡처 기술은 컴퓨터 한 대와 3D 카메라만으로 고화질 볼류메트릭 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는 홀로 포트 기술이 핵심이다.
해당 기술은 사용자가 3D 카메라 앞에서 한 바퀴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 전신을 학습할 수 있게 했다. 사람 표정이나 동작은 물론 자세히 보이지 않는 부분도 3D 모델로 만들 수 있는 그래픽 기술이다.
최근에는 AI를 더했다. 이미지와 동영상을 AI로 분석해 3D를 만들어주는 플랫폼 '아틀라스(ATLAS)'를 출시하며 3D 콘텐츠 제작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과거 싸이월드와 비교하자면 싸이월드 방꾸미기는 PC 안에서만 가능했다"며 "우리 기술은 싸이월드 방꾸미기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 세계에서 기술을 활용해 3D 모델링 소스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더블미의 강점"이라며 "AI 시대에 특화한 기술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통신부터 전시까지···다양한 곳에서 쓰인 3D 모델링 기술
기존 공간을 쉽게 3D 모델링할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더블미는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과 협업을 지속했다. 이를 기반으로 텔레포니카, 도이치텔레콤, 싱가포르텔레콤 등 16개 이동통신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2022년에는 300억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3D 모델링을 활용한 전시 공간도 구축했다. 더블미에 따르면 2019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V&A)에서 열린 '홀로그램 수녀님' 전시에 자사 기술을 적용하면서 기술의 범용성을 확인했다.
이후 더블미는 2021년 7~8월에는 바르셀로나 소재 '유니베일-로담코-웨스트필드(URW) 쇼핑몰 150m 공간에 3D 기술로 수족관 홀로그램 콘텐츠 '아쿠아(Aqua!)'를 구축했다. 또 싱가포르 정부 요청으로 현실 관광지인 '센토사(Sentosa)' 섬에 홀로그램화한 관광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부산시, 배틀 그라운드를 운영하는 게임사 크래프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등과 협업한 바 있다.
◆수학·과학·국어까지 입체적 이해하도록···3D 모델링으로 완성하는 미래 교실

그는 "대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사정이 있어 유학을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와 건설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다녔던 건설회사가 경기도 초·중·고교에서 수주를 많이 했다. 학교 건설 현장에 제가 투입됐고 그때부터 교육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평면 위주인 초중고 교육 방식에서 3D 공간 체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블미의 3D 모델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인 '트윈월드'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기하학 도형을 머릿속으로만 그리면 알 수 없다. 3D로 직접 보고 학습할 수 있다면 수학·과학 개념에 대한 이해가 훨씬 수월해진다. 국어도 마찬가지다. 소설 내용을 자사 트윈월드를 활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현재 트윈월드를 활용한 커리큘럼은 경복대학교, 공주대학교, 국민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유한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 제공 중이다. 특히 청강대학교와는 확장현실(XR) 부문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협업을 강화했다.
더블미는 지난 1월 대학 교육 외에도 초등 교육에 3D 모델링을 적용하기 위한 서비스 제공도 개시했다. 이를 통해 3D 모델링 기술 저변을 확대해 아이, 성인까지 아우르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난 3월부터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3D 모델링 관련 사업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이 K-유니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 필요
다만 김 대표는 스타트업이 창업 생태계에서 혁신의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 지원은 1억원 미만 기업에만 치중돼 있다"며 "그렇다 보니 기술이 상용화와 확장 단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지원이 끊기고 스타트업은 문을 닫게 된다. 스타트업이 그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정부의 중간 단계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블미 역시 이 같은 어려움에 놓여 있다. 2022년 300억원 규모로 시리즈A 투자는 받았으나 현재는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가 요원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현재 3D 모델링 관련 연구개발(R&D) 과제를 통해 기술 개발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술 하나 개발했다고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 기술에 따른 생태계의 성장이 필요하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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