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찾은 중국 베이징 외곽 순이구에 위치한 중국국제전람센터. 이날부터 닷새간 이곳서 열리는 제3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CISCE, 이하 박람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세계 반도체 1위 선두주자 엔비디아 부스였다.
엔비디아는 미·중 지정학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3회째 열린 박람회에 처음 참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박람회 참석을 위해 올해로 세 번째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정도다.
엔비디아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 '톈궁 2.0', 갤봇 'G1', 부스터로보틱스 'T1', AI2로봇 '알파봇2' 등 중국 대표 로봇 업체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4대가 전시된 게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로봇 훈련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통해 학습된 로봇이다. 옴니버스는 로봇을 실제 공간과 동일한 가상 현실에서 시뮬레이션하는 소프트웨어로, 로봇이 다양한 움직임을 학습할 수 있게 한다. 현재 중국에는 수백건의 프로젝트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안에서 공장 설계와 최적화를 위해 운용되고 있고, 로봇들 역시 훈련 중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열린 박람회 개막식에서도 황 CEO의 등장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는 평소 입던 가죽 재킷도 벗고 중국 전통의복인 '탕좡(唐装)’을 입고 개막식 무대에 올라 중국어로 연설문을 읽기도 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황 CEO가 중국 정부가 주최하는 주요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평소 원고 없이 연설하는 그가 연설문도 꼼꼼히 준비해 안경까지 쓰고 읽었다"고 전했다.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자 중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반영한 행보라는 평가다.
황 CEO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 AI 기술과 공급망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과 협력을 계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딥시크와 알리바바, 텐센트, 미니맥스, 바이두의 어니봇 같은 AI 모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곳에서 개발돼 개방적으로 공유돼 세계적인 AI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안에 공장들은 소프트웨어와 AI로 구동될 것이고, 로봇들로 이뤄진 팀들이 조직돼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AI 스마트 제품들을 만들 것"이라며 "AI는 새로운 산업혁명과 놀라운 중국 공급망 생태계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촉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중국에서) 운영하고, 친구들과 손잡고 AI 시대에 함께 번영과 미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황 CEO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 시장 공략에 재차 속도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황 CEO는 전날엔 현지 인터뷰에서 미국의 수출 허가를 얻어 중국 전용 칩 H20에 대해 중국 판매를 재개하고, 미국 수출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대체 제품으로 'RTX 프로' 라는 새로운 그래픽카드도 출시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기존 AI 칩보다 성능을 낮춘 H20을 개발해 중국 시장에 판매해 왔지만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로 판매가 금지돼 중국 내 실적이 크게 둔화해 손실이 컸다.
중국 상무부 산하기관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주최하는 이번 박람회는 중국이 전 세계 최초로 공급망을 주제로 한 국가급 행사다. '세계를 연결하고 미래를 함께 창조하자'는 주제로 스마트자동차·친환경농업·청정에너지·디지털 과학기술·건강·첨단제조업이라는 6개 산업·공급망을 중심으로 약 12만㎡ 규모로 꾸며졌다. CCPIT에 따르면 올해 박람회에는 중국 국내외 기업 650여곳(파트너사 포함 1200여곳)이 참가했다. 엔비디아 외에도 애플, 테슬라, 퀄컴, 마이크론 등 미국 업체들의 참가가 대거 눈에 띄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는 미국 기업 수는 전년 대비 15% 늘었다고 앞서 CCPIT는 밝혔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날 오전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원활한 운영을 강조하면서 "인위적으로 과학기술을 파괴하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세계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각국을 해칠 뿐"이라며 간접적으로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또 "일부 국가가 산업 정책을 빌미로 관세나 규제를 강화해 제조업을 국내로 회귀시키려 한다"며 "이는 공급망 건전성을 저해하고 세계 경제 효율성을 낮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 경제·무역의 정치화, 이념화, 안보화에 반대한다"며 "더 광범위하고 포용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고리로,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심화해 세계 경제 회복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