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당 1400원을 웃도는 강달러 기조가 몇 달째 계속되면서 이른바 '환테크'를 목적으로 외화보험(달러보험)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이 오른다고 무턱대고 달러보험에 가입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보험은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제 정세에 민감한 상품인데, 이미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행보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보험 판매금액은 1조6812억원(4만770건)으로 2년(3845억원)만에 4배가 뛰었다. 가입 건수도 2022년 3만3773건에서 2024년 4만770건으로 증가했다. 금감원이 올해 1월에 팔린 달러보험 건수를 조사한 결과 무려 7785건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작년 가입 건수의 20% 가까이가 한 달 만에 채워진 셈이다.
달러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환차익'에서 비롯됐다. 달러보험은 납입 보험료와 해약환급금이 미국 달러 등 외화로 거래되는 상품이다. 보험계약이 만기되면 계약자는 외화(환전시 수수료 차감)로 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는데, 이 때 보험료 납입 시점보다 원화가 약세라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달러보험 중에서도 연금보험은 비과세가 적용돼 환차익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비과세 혜택을 받는 만큼 보험금 환급률도 높다. 지난해 말 기준 달러 연금보험 10년 만기 상품의 확정 환급률은 약 160% 수준으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하면 연 6% 이자를 받는 셈인데, 예·적금 이자가 3%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좋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지난해 연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500원 목전까지 오르자, 앞으로 달러 가치가 더 뛸 것이란 기대심리도 증폭됐다.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강달러화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달러보험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높였다.
이를 놓치지 않고 달러보험 영업에 힘을 주는 보험사도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강달러화 현상이 두드러지자 소비자들의 달러보험 문의가 많아졌다"며 "이때를 이용해 일부 생보사에서는 달러보험 시책을 100% 이상 내걸고 판매에 드라이브를 거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 관계자들은 달러보험은 원금보장 상품이 아니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지표들은 10년 전 달러 가격이 높이 않을 때 가입한 소비자들의 경우일 뿐, 달러가 비쌀 때 가입하면 오히려 수령할 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고점 매수'의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달러보험은 재태크 부분만 부풀려 설명하는 불완전판매가 많은 대표 상품 중 하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종신보험을 가입시키면서 달러보험이라고 말 하는 사례가 많다"며 "환테크의 장점만 알려주고 종신 보험이라는 걸 고지하지 않는 방식인데, 종신보험 구조상 사업비를 많이 떼고 만기 시 환전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소비자들의 기대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올해 초 달러보험에 대한 비상등을 켰다. 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높은 수익만 기대하며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기간 중 환율이 상승하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고 보험금·환급금 수령시점에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환급금의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며 "환율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계약해지 뿐인 만큼 관련 위험을 충분히 고려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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