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관세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는가?
고급지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스위스의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연일 특집보도하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은 경제문제를 넘어 이데올로기 전쟁이자 세계 패권전쟁으로 치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와 시진핑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유는 세계 경제패권뿐만 아니라 국가 및 자신의 정치적 향방을 결정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고 선언해 관세전쟁이 소강 상태에 들었다. 트럼프가 시진핑의 보복관세(125%)에 대해 다시 145%까지 올리자 휴전에 들어갔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관세전쟁 승패는 어느 쪽이 더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고, 얼마나 연합군이 형성되고, 향후 자국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
먼저 트럼프의 관세폭탄 노림수는 무엇인가?
고급지와 전문가들 분석에 기반해 세 가지 측면에서 조망한다. 먼저 ‘미국 국부론’이다. 관세수입뿐만 아니라 외국 자본 투자유치를 통해 경제성장·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앞장섰고 스위스의 유명한 제약회사 노바티스 등 해외 기업들에서 100조 달러 투자를 받았다. 둘째, 경제와 안보의 연계다. 트럼프는 EU(유럽연합)에 대해 ‘안보 기생충’이라고 비난한다. 미국 핵우산 아래에 ‘무임승차’했기 때문이다. EU뿐만 아니라 독일은 군비 확충을 위해 5000억 유로를 통과시켰다. 푸틴의 침략성을 저지하고, 미국 무기를 사들이게 만드는 ‘양수겸장’ 전략이다. 최근 트럼프는 일본과 관세협상에서 ‘경제와 안보를 연계’시켜 일본 협상팀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셋째, ‘기승전 반(反)중국’이다. 트럼프와 밴스 부통령은 여러 차례 “유럽이 푸틴을 맡고,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의 호전성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좌파들이 주장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트럼프는 중국 대안으로 ‘알타시아’, 즉 일본·호주·인도 등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략’뿐만 아니라 아세안 및 한국을 대안으로 생각한다. 트럼프의 긍극적인 목표는 국제적으로 중국을 배제한 새 글로벌 공급망 질서와 국제무역시스템과 국내적으로 좌파를 거세하는 문화패러다임 구축이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지게 되면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야망인 '대국굴기', 즉 미국을 넘어 세계 패권을 차지하는 꿈이 무너지기 때문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강대강 전략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 일본, 인도 등 중국 포위망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넘어서는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홍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단 시진핑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관세폭탄 맞대응에 이어 희토류 등 자원광물 수출금지하며 무기화하고 있다. 중국이 두 번째로 많은 미국 국채를 파는 카드도 만지작거린다. 시진핑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정치적 제스처를 표현했다. 시진핑이 베트남 방문 전에 이미 도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서울에서 3개국 산업통상장관 미팅이 있었다. 유럽 언론들은 의아해하면서 ’한·일이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것인가‘ 의심하기도 했다. 중국은 EU에 구애를 보내고 있지만 호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과잉생산·과잉공급의 수출주도국 중국이 2023년 유럽에 대한 무역흑자가 3320억 달러였다. 전 세계 두 번째로 큰 시장 EU 역시 중국의 제품의 값싼 덤핑으로부터 자국 상품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중 관세전쟁 1차전에서 누가 더 타격을 받는가?
경제연구소인 BAK 클라우데 마우러 경제학자는 “양쪽이 다 패자”라고 평가한다. 일각에선 “중국이 더 큰 손상을 입었다”고 진단한다. 중국은 해마다 1조 달러 수출 수익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에 4390달러의 상품을 수출하고, 미국은 중국에 1430달러의 상품을 수출했다. 상하이, 광저우 등 많은 중국 기업들은 “희망이 없고 무기력하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의류, 봉제, 가전 등 수많은 중국의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고 있다. 시진핑의 성지 닝더에 있는 세계적인 배터리회사 CLTL 본사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유럽 고급지들은 연일 현지 ’르포‘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중국 경제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청년실업에 이어 부동산 시장 붕괴와 소비자 위축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매년 4000억 달러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미국 무역 파트너와의 고통스러운 이혼 직전에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수출 세계챔피언인 중국의 경제가 수입 세계챔피언인 미국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디플레이션 경제정책으로 중국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경제전문가들 분석도 있다. 과잉생산의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2%나 줄어들게 된다는 전망도 있다.
어떤 정치시스템이 유리한가?
아이러니하게 시진핑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리지 않고, 트럼프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수많은 중국의 중소기업들은 도산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에 디플레이션이 불가피해졌고 스태그플레이션까지 말한다.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이게 되는 디플레이션이 어느 국가에 더 치명적인가? 일각에서 “중국 독재국가체제가 무역 전쟁에 대처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가 나빠도, 청년실업률이 높아도 불만을 행동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국가시스템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이 흔들리고 있다'는 큰 징후는 없다. 부동산 위기, 잘못 판단한 팬데믹 정책에도 시위가 없고 중국 경제는 살아남았다. 나아가 ’AI굴기‘와 전기차·태양광 등 일부 신기술·신산업에서 세계 최강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에서 ’반 트럼프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전 상원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관세폭탄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 더 많은 실업률 및 더 느린 성장이 아킬레스건이다. 트럼프는 한 발 물러서 90일간 교섭 시간을 가지는 전략을 선택했다.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후원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미국 국채가 떨어지고 있다. 자신의 충성스러운 억만장자들의 지지를 잃게 된다. 그들 재산이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으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공화당원들과 그와 가까운 언론들도 트럼프 인기가 떨어지면 ‘하이에나’로 변신할 수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언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중 관세전쟁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강성으로 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트럼프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있다. 더욱 충돌을 고조시킬 수 있다. 관세전쟁에서 환율전쟁을 넘어 재정전쟁까지 전망한다. 지정학 컨설팅회사 APAC의 스티븐 오쿤 대표는 “무역파트너들은 미·중 하나를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자유국제시장질서가 트럼프에 의해 해체되고 있다. WTO 최대수혜국이 중국이다. 미국 그레이엄 윌리엄 교수(하버드대)는 책 ‘예정된 전쟁’(2017년)에서 ‘투키디데스 함정’, 즉 패권국과 도전국 간 패권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필자도 트럼프 1기(2018년) 때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김영사)를 집필하면서 미·중의 패권전략을 다룬 바 있다. 대한민국은 식민지를 거친 신생국 중 최단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친미·자유로 대변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산업화, 친중·기본소득으로 대표되는 386세대의 민주화는 ‘패스트 폴로어’ 전략으로 시효가 끝났다. ‘동맹’이 유효하지 않은 거대한 글로벌 메가트렌드와 미·중 패권전쟁시대에 새 전략과 새 리더가 필요하다.
21대 대선 후보 중 누가 ‘퍼스트 무버’로 국익과 국민을 지킬 수 있을까?
‘국가지도자(statesman)' 자격이 요청된다. 먼저 ‘글로벌 스마트리더십’이다.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다자 체결을 성공시키는 국제연대의 리더가 되고 ‘혼밥’이 아닌 영어가 능통한 리더다. 프랑스 마크롱에 견줄 수 있는 미들파워 선장이다. 둘째, ‘용기 있는 리더’다. 국호 ‘대(大)한’에 걸맞은 통 큰 리더로 트럼프·시진핑에 ‘할 말 하는’ 지도자다. 셋째, ‘시대정신’에 맞는 새 시대를 열어가는 정치가다. 국뽕과 포퓰리즘에 기대지 않고 혁명적 국제 변화에 대처하고 국제무대에서 존중받는 ‘평천하(平天下)' 리더십이다. 누구인가! 노련미인가, 신예 패기인가!
김택환
국가비전전략가와 유럽 전문가로 활동.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해 20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를 지냈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에서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이자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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