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우리도 마침내 제2의 일본 길로 들어서나

  • 보호무역과 중국산 기습으로 곳곳에서 생태계 무너진다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2%로 발표되었다. 3분기 만에 역성장이자 지난 1년간 성장률이 0.1% 이하로 떨어져 제로 혹은 마이너스 성장 쇼크가 고착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하면서 조만간 나아질 출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세계 유수 경제 예측기관에서도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놓는다. 그만큼 현재 처한 경제의 기초 체질이 취약해 성장 동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얼마 전부터 항간에서 흘러나온 한국 경제가 정점에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좋아지기보다 나빠질 수 있는 요인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희망보다는 절망감이 넘쳐난다.
 
우선 미국발(發) 관세 폭탄의 충격이 수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4월 들어 미국에 대한 수출이 14.3%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나 줄었다. 수출 상위 10개국 중 EU와 대만을 제외하고 중국 등 대부분 시장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10대 수출 품목 중에서 반도체를 제외하고 전부 감소 추세다. 미국이 아직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고, 다른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있는데도 수출 기업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계약이나 선적을 미루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진다. 미국과의 본격적인 관세 협상이 시작되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오리무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미·중 간의 마찰이 격화하면서 중국까지 빗장을 강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출 못지않게 내수 부진도 심각하다. 민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건설 불황의 장기화이다. 온갖 규제와 정책 혼선으로 부동산 공급이 계속 줄어들고 시장의 동요가 일상이 되고 있다. 이웃 일본이 경기 불황 타개를 위해 재개발을 통해 건설 경기를 진작시키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늘 자충수를 두면서 족쇄를 채우지 못해 안달하는 듯하다. 제조업 설비 투자는 지지부진하다. 안으로는 반(反)기업 정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밖에서는 보호무역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국내 투자는 외면하고 해외 투자에만 온통 관심이 몰려 있다. 이로 인해 지방 주요 산단에서는 문을 닫는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증가한다. 판로가 막히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제조업 생태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의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된 관세 후폭풍이 미국에는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차별 공세가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2기에도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면 결국 백기를 들 것이란 거대한 착각이다. 이는 미국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중국을 과소평가하는 데서 기인한다. 전통적 동맹과도 각을 세우면서 미국 혼자서 중국을 꺾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오산이다. 바이든 정권이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포위 전략을 썼던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서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그만큼 많고, 견딜 수 있는 기간도 의외로 길다. 미국 내 여론마저 트럼프에 등을 돌리면서 중국에 먼저 유화 제스처를 꺼내 드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대전환 만들어지지 않으면 일본보다 훨씬 더 혹독한 잃어버린 세월 겪어야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당연히 중국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는 강경 노선을 견지하면서 기업과 국민에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가장 큰 애로가 나타나고 있는 곳이 제조업 현장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이후 오더가 급감하고 수출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의류 등 저가 상품 제조 공장의 충격이 크고 일부 공장에서는 직원들의 교대 휴무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산 저가 밀어내기 수출이 더 기승을 부리면서 해외 시장을 더 교란할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한편 관세 전쟁 이후 생겨난 반미 감정이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 소비 열풍을 더 부추긴다. 제조와 소비 현장에서 보이는 대조적 얼굴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 앞을 가로막고 있는 두 개 큰 산의 높이가 만만치 않다.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 광풍이다. 다른 하나는 실시간으로 위협 수위를 높여 오는 가성비를 장착한 중국산 공습이다. 전자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잘만하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후자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엄숙한 과제다. 중국 제조업이 궁지에 몰릴수록 중국 상품이나 기업의 해외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입지를 더 크게 흔들어 놓을 것이다. 하물며 우리 내수시장까지 중국 상품의 상륙이 부품·소재나 일반 잡화에 더해 가전이나 자동차까지 거의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의 직접적 원인이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이 아니라 중국발(發) 저가 상품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해법에 접근할 수 있다.
 
말보다 쉬운 것은 없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부동산을 제외하면 1990년대 초 일본과 매우 유사한 처지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훨씬 더 혹독한 겨울이 우리에게 닥칠 공산이 크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3개 주요 업종 평가에서 반도체를 제외하고 12개 부문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부문도 언제 추월당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이다.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줄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판세라면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없고 추락의 길만 예약되어 있을 뿐이다. 실시간으로 목을 조여 오는 중국의 기습에 숨이 차다. 대선(大選) 정국에 접어들면서 주자들의 공약 패키지가 난무한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위기의 본질을 외면한 채 안일하고 무책임하다. 이대로 가면 다시 쪽박을 차기 마련이다. 돈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고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급선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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