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가 최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에 출자한다. 앞서 도요타자동차 역시 라피더스에 출자한 바 있어 두 대형 자동차 업체가 자국산 반도체 확보의 길을 열게 될지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1일,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차량의 핵심 부품이 될 반도체 조달을 검토 중인 혼다가 내년 3월 이전까지 수십억엔(수백억엔) 정도를 출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혼다의 참여로 라피더스는 일본 1∼2위 자동차 업체와 협력하게 되는데, 닛케이는 “최첨단 반도체 양산과 고객 확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또 혼다가 신규 주주로 참여함으로써 “일본의 전략 반도체 생산 계획을 지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혼다는 반도체를 차세대 자동차 기술의 핵심으로 보고 라피더스에 투자함으로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혼다는 2023년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체결했다. TSMC는 최첨단 2나노(나노는 10억분의1) 반도체를 2025년 후반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혼다가 TSMC와의 협력과 더불어 라피더스에도 투자함으로써 “중국과 대만의 관계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대비한다는 계획”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2022년 8월 설립된 라피더스는 2027년에 첨단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7월 중순이나 하순에 시제품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계획대로 반도체를 양산하려면 총 5조엔(약 47조원)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확보한 자금은 2조엔(약 19조원)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라피더스는 기존 주주인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등 일본 대표 대기업 8곳과 은행단으로부터 출자를 요청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출자액은 총 73억엔(약 689억원)에 불과해 자금을 지원해 줄 새로운 기업을 찾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후지쓰, 호쿠요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추가로 라피더스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라피더스는 이들 회사와 협의를 통해 총 1000억엔(약 9500억원)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한 회사당 출자액은 수십억엔에서 200억엔(약 19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는 “내년 3월까지 정부와 민간에서 총 2000억엔(약 1조9000억원)의 자금이 (라피더스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기술적 과제와 고객 확보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출자에는 위험도 동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제품의 품질이 향상되지 않거나 고객 확보가 진전되지 않아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라피더스가 목표로 하는 자금이 모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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