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자기 전환사채 매도 공시…주가 영향 있을까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환사채(CB)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의 훌륭한 자금 조달 창구입니다. 그런데 일부 기업들은 CB를 만기 전에 취득한 뒤 매각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번 공시학개론에서는 자기전환사채를 매도하는 경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만기 전에 기업들이 사채를 취득하는 이유는 채권자가 조기 상환을 청구하는 '풋옵션' 또는 회사가 원해서 먼저 갚겠다는 '콜옵션'이 행사된 상황입니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 채권자가 주식 전환을 포기한 경우 원금을 챙기기 위해 풋옵션을 행사하겠죠. 기업들은 이자 부담이 어려울 때 원금을 상환하고 만기 전 취득했다는 공시가 나오게 됩니다. 이후 기업들은 취득한 채권을 소각하거나 매각합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죠. 주가가 무려 10배 넘게 상승한 상지건설이 화제가 됐는데요. 상지건설은 또 CB 물량 폭탄이 예고되면서 '악재'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상지건설이 매도한 CB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전환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에요.

상지건설은 2022년 12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는데요. 약 1년 뒤 이 CB를 132억원에 조기상환하면서 다시 사들였습니다. 132억원에 매입한 자기 CB를 이달 영파, 글로벌제1호조합, 엠제이앤리 등 투자자들에게 153억원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통상 CB를 사들이면 발행기업으로부터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지건설 주가가 급등한 만큼 CB를 산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으로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5만원을 넘겼던 상지건설 주가가 2만원 중반까지 내려가면서 급락했지만 해당 CB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대입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주식으로 전환해 처분하려 할 것이고, 발행회사 입장에서도 이자 부담을 덜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으니 양측 모두에겐 긍정적인 거래인 것입니다.

지난 25일에는 금호전기가 콜옵션 행사로 취득하게 된 CB를 매도한다고 공시했습니다. 30억원 규모 11회차 CB인데요, 이 중 15억원 규모를 16억원에 취득했고, 이를 다시 17억원에 매도했습니다. 전환가액은 주당 691원으로 현 주가 1180원대 대비 낮죠. 전환 시 발행되는 주식 수는 217만주예요.

같은 날 에이프로젠도 콜옵션 행사로 조기 취득한 200억원 규모 CB 중 100억원 규모를 110억원에 취득해 후코퍼레이션에 100억원에 매도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매도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 및 운영자금 확보인데요.

이 CB는 전환가액이 734원, 전환 시 주식 수는 1362만주가 발행돼요. 전환 청구기간이 내년 3월 3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28일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기전환사채매도결정' 공시가 나온다면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회사가 CB를 다시 판다는 건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혹은 부채를 줄이고 자본금을 늘리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회사 상황에 따라 채권과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참고가 될 수 있겠죠. 특히 CB 등 주식 관련 사채는 물량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메자닌 투자자들의 동향을 잘 보려면 관련 공시도 살펴봐야 합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