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료의 결과?…산모 3명 중 2명은 '제왕절개'

신생아 사진연합뉴스
신생아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분만 건수 중 제왕절개 비율이 6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0~15%를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체 분만 건수 23만 5234건 중 제왕절개는 15만 8646건으로, 전체의 67.4%에 달했다. 자연분만은 7만 6588건이었다. 이는 2019년 제왕절개 비율 51.1%에서 16.3%p나 증가한 수치다.

이는 WHO의 권고치인 10~15%의 4배를 넘는 수준이며, 미국(32.1%)의 두 배, 일본(18.6%)의 세 배 이상이다.

또한 한국은 2021년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왕절개 건수가 많은 나라(2021년 기준)를 기록했다.

제왕절개 비율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의료사고를 우려한 방어진료의 경향이 꼽힌다. 의료진이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우려하여 의학적 판단보다 안전한 선택으로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은 "제왕절개 분만 증가는 방어진료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자연분만을 시도할지 제왕절개를 할지 결정할 시점에 의학적 판단이 아닌 의료사고, 전원문제가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산모 고령화 및 고위험 임신 증가도 또 다른 원인이다. 2024년 기준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7세로 10년 전(32.04세)보다 1.66세 많아졌다. 만혼으로 인해 고령 산모가 늘어나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로 인한 다태아 임신이 증가하면서 제왕절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산모들 사이에서도 자연분만의 불확실성과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제왕절개 수술은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행되지만, 수술 자체가 갖는 위험성과 반복 시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제왕절개는 개복 수술로, 자연분만보다 출혈량이 많고 수술 부위 감염 위험이 높다. 수술 부위 주변 조직이 서로 달라붙는 '유착'이 생기기 쉬워 다음 수술도 어려워진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반복 제왕절개 수술의 위험성에 대해 "반복 제왕절개 수술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환자들은 전치태반, 태반 유착증(placenta accreta spectrum), 자궁적출술의 위험이 각 수술마다 증가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치태반이 있는 여성의 경우, 첫 번째 제왕절개 후 태반 유착증의 위험은 약 3%였으나, 네 번째 제왕절개 후에는 50%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서명옥 의원은 불필요한 제왕절개 증가를 막기 위해 “방어진료 경향이 강해질수록 의학적 판단이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정당했다면 소송 등의 사법 리스크를 경감하거나 면책하는 제도개선이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