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간 관세전쟁 격화로 미국산 의약품 및 의료장비에 기대왔던 중국 제약계도 직격탄을 입었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제품을 국내 혹은 해외 다른 대체품을 모색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올 초 중국 의약품 규제 기관인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가 일부 국유 제약회사에 의약품과 의약품 원료에 대한 미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관리위원회도 일부 대형병원에 미국산 의료장비 등 수입제품을 중국산이나 다른 국가 제품으로 대체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트럼프발 관세로 중국내 의료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것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그 대상은 의약품 원료와 용품, 테스트 시약부터 의료장비 기기까지 다양했다.
그동안 중국 제약사들은 임상연구 및 제조에 사용되는 항체·배양액, 혹은 혈장이나 알부민 같은 혈액제제도 미국산에 의존해왔다. 대형 병원들도 제너럴일렉트릭(GE) 헬스케어나 메드트로닉와 같은 미국 의료기기 업체가 생산하는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장치 등 첨단 의료장비를 주로 수입해왔다. 검사 및 치료에 사용되는 미국산 시약, 약물 및 기타 의료 소모품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수입산 의약품을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여전히 많은 제약사나 병원들은 국산 제품의 품질이 낮다는 이유로 상당량을 미국에서 수입해왔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속 중국이 미국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면서 중국 의료업계에도 직격탄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중국 의료 포털 사이트인 딩샹위안은 미·중간 관세 전쟁으로 중국내 일부 미국산 수입 의약품이나 의료 장비 공급이 불확실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의약품의 경우엔 미국에서 수입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이 많지 않은 데다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복제약이 이미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큼 커다란 문제는 없는 반면, 미국산에 주로 의존하는 의료장비나 실험용 시약 등이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방사선 동위원소 표적 화합물 가격이 갑절로 뛰었고, 소분자 항체 가격은 하루새 4배로 뛰었다. 한 임상실험 연구원은 "실험도중 시약을 바꾸면 처음부터 다시 실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음에도, (관세 영향으로) 시약이 언제 품절될 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결국 시약을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중국 당국이 자국 의료업계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산 일부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면제했다는 내용의 외신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면세 조치는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 없이, 무역 통관 현장에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통보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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