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관행 깼다" 첫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

  • 시카고 출생…성직자로서 주 무대는 페루

  • 트럼프 "우리나라에 큰 영광"…바이든·오바마도 축하 메시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267대 가톨릭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8일(현지시간) 성베드로성당 발코니에서 군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가톨릭 교회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교황직에서 초강대국 출신은 배제한다는 관행이 깨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로 미국 정치권도 크게 환호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태생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이 8일(현지시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레오 14세’를 택했다. 
 
시카고 출생…성직자로서의 주 무대는 페루
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당시 바티칸, 미국, 페루 삼중 국적자로 페루 빈민가에서 20년 동안 사목을 한 이력이 가장 두드러진다. 그는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프랑스·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77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했고,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서품을 받았다. 이후 페루 북서부 지역에서 20년간 사목 활동을 했다.

2001년부터 12년 동안은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하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2014년 페루 북서부의 치클라요 교구로 파견됐다. 이 교구는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이후 주교 선출 등 인사를 총괄하는 주교부 장관을 맡아 교회 내 영향력을 키워왔다.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의 측근으로 활동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이민자와 빈곤층에 대한 관심이 많고 중도 성향 인물로 평가된다.
 
‘미국인 교황 금기’ 관행 깨...트럼프 "우리나라에 큰 영광"
레오 14세 교황은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다. 미국은 정치·경제·군사 분야에서 세계적 패권국으로 교황직까지 미국인에게 돌아갈 경우 가톨릭 교회가 특정 국가의 영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미국 교황 선출이 지금껏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 관행이 깨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추기경들이 관행을 깨고 가톨릭 교회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교황을 선출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이 세속 세계에서 이미 막대한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황직까지 맡는 것은 지나치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고 전했다.

다만 레오 14세 교황이 페루 빈민가에서 20여년 사목활동을 한 이력이 이 같은 우려를 조금 누그러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미국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 탓에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은 그간 미국 출신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프레보스트가 페루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게 이러한 우려를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미국인 출신 첫 교황 탄생에 미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자국 출신 교황 탄생을 반겼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도 엑스에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 신이 교황 레오 14세를 축복하길"이라며 "(아내) 질과 나는 축하를 보내며, 그가 성공하길 바란다"고 썼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미셸과 나는 시카고 출신인 교황 레오 14세 성하께 축하를 보낸다"며 "미국에 역사적인 날이며, 가톨릭교회를 이끌고 많은 이들을 위한 모범을 보이는 성스러운 임무를 시작하는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특히 레오 14세 교황의 고향인 시카고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시카고 대교구 주교좌 성당인 '거룩한 이름 대성당'(Holy Name Cathedral)에서는 낮 미사가 진행 중이었고 교황이 선출되자 축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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