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홍콩 국가보안법 5주년…영화 속 암울한 미래가 현실로-영화 '10년'

  • 2015년作..5개 단편영화 묶은 옴니버스 형식 영화

  • 10년 후 中공산당 체제下 홍콩 미래 그려내

  • 국가보안법, 분신자살, 홍콩 정체성 상실 등

  • 홍콩 금상장 최우수작품상…中본토 상영금지

  • 中관영매체 "사상 바이러스" 비판도

홍콩 영화 10년 포스터
홍콩 영화 '10년' 포스터

#2025년 홍콩에서 중국 푸퉁화(普通話, 중국 표준어)는 이미 광둥어를 대체해 홍콩 공식 언어로 채택됐다. 택시 운전사가 푸퉁화를 구사하지 못하면 기차역·공항은 물론 센트럴·애드미럴티 같은 시내 중심가에서 승객을 태울 수 없다. - 영화 ‘방언’

#2025년 팔에 붉은색 완장을 찬 소년병들이 마치 문화대혁명 홍위병처럼 동네를 순찰한다. 소년병의 손에는 ‘금지어 목록’이 적힌 수첩이 쥐어져 있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홍콩 현지 생산 달걀에 ‘로컬계란(本地蛋)’이라는 상표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本地(로컬)’는 금지어라며 사진을 찍는다. - 영화 ‘로컬계란’

홍콩 영화 '10년'의 내용 중 일부다. 홍콩 ‘우산혁명’ 종결 후 1주년이 되던 2015년 12월 홍콩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았다. 우산혁명은 2014년 9월 홍콩 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 젊은이들이 홍콩 중심부를 점거하고 79일간 시위를 전개했던 민주화 운동이다. 

영화는 향후 10년간 중국 공산당 통치 체제 아래에 놓일 홍콩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우려와 혼란을 5명의 홍콩 출신 감독들이 '엑스트라, 중국명·浮瓜' '겨울매미, 冬蟬' '방언, 方言' '분신자살자, 自焚者' '로컬계란, 本地蛋' 등 각각의 단편영화로 제작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당시엔 10년 후의 홍콩 모습을 비관적으로 과장해서 표현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오늘날 영화를 되돌아보면 암울한 미래가 차츰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5년이 지난 오늘날, 홍콩 사회는 10년 전과 비교해 예상보다 빠르게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통치하에 놓이며 홍콩의 정체성을 차츰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0년 국가보안법이 시행될 것을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 영화 '엑스트라'는 2020년 중국 정부가 홍콩의 ‘국가보안법’ 입법에 유리하도록 사회적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해 조폭을 고용해 친중·친정부 성향의 홍콩 정치인을 피습하도록 정치적 테러 사건을 꾸미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분신자살자'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힌 한 대학생이 단식 투쟁 끝에 사망하고, 그를 추모하며 영국 총영사관 앞에서 분신 자살하는 노파의 이야기다. 마치 2019년 6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에 나섰던 시민 량링제(梁凌杰)가 정부 청사 인근 건물에서 투신 사망한 후 홍콩 사회에 추모 열기가 일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점차 상실해가는 홍콩의 정체성에 대한 감정을 다룬 영화 '로컬계란'에서는 ‘도라에몽’ 만화조차 금서로 지정돼 소년이 몰래 읽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실제 홍콩에선 2021년 마라톤 대회에서 ‘홍콩 힘내라(香港加油)’라는 평범한 구호조차 반정부 시위 슬로건이었다는 이유로 금기어가 된 적이 있다. 

영화 '10년'은 제작비 50만 홍콩달러(약 8000만원)의 저예산 영화로 처음에 단관 개봉으로 시작했으나, 연이은 매진 행렬로 상영관 수가 늘어나면서 홍콩에서만 600만 홍콩달러(약 9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두는 성과를 이뤘다. 2016년 홍콩 금상장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작품상도 수상했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려 본토에서는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영화 '10년'이 홍콩 시민들을 겁먹게 하고 홍콩에 불안감을 퍼뜨리는 ‘사상 바이러스(思想病毒)’라고 규정했다. 홍콩 친중 성향의 매체인 대공보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노골적으로 훼손하고, 홍콩의 미래를 비방하며 예술적 성과도 없는 영화가 어떻게 상을 받을 수 있냐”며 “'영화상'이 아닌 '정치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외신에서는 “화염병처럼 강렬한 정치적 시의성을 담은 역사적 기록"(미국 버라이어티), “단돈 5만5000파운드에 제작된 영화 '10년'은 특별행정구역의 과열된 정치적 분위기에 연막탄을 던졌다”(영국 가디언) 등의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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