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교황, 한국에 좋은 인상…콘클라베 영화 같은 야합 없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9일현지시간 교황청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9일(현지시간) 교황청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과거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이때 경험으로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전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 선출 다음 날인 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직자부 청사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레오 14세 교황과의 인연,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자세히 설명했다.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 시절에 네 차례(2002년, 2005년, 2008년, 2010년) 한국을 방문했다"며 "그 당시 경험에 대해 말하면서 '좋았다'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전했다.

주교부는 전 세계 주교 선출 등의 인사를 총괄하는 부서다. 유 추기경이 이끄는 성직자부는 전 세계 성직자와 부제, 신학생을 담당한다. 두 부서 간 협력할 일이 많아 레오 14세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는 것이 유 추기경의 설명이다.

한국인 추기경으로는 1978년 10월 이후 약 47년 만에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 추기경은 비밀 엄수 서약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상세하게 콘클라베 참여 경험을 공유했다. 이번 콘클라베는 이틀째, 4차 투표에서 새 교황을 선출했다. 

유 추기경은 "영화 '콘클라베'에서는 교황 선출 과정이 대단한 투쟁처럼 묘사되고 정치적 야합이 이뤄지는 것처럼 그려지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형제적이고 친교적이고 아름다웠다"며 "콘클라베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 성직자로서 이를 솔직하게 증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추기경들은 회의를 통해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문제와 어려움을 얘기했다"며 "'누구를 뽑자'는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추기경 저마다 마음속에는 어떤 사람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을 품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 선출에 필요한) 89표를 넘긴 걸로 확인되자마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치고 야단이 났다"며 "영화 '콘클라베'에서처럼 외부에서 흔히 상상하는 정치나 야합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날 새 교황 레오 14세가 성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를 축복하던 추기경들의 밝은 표정도 화제가 됐다. 그는 "휴대전화가 있었으면 그 장면을 찍고 싶을 정도로 잔치, 축제 분위기였다"며 "광장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고 태극기도 보이고 함성이 대단했다. 그 모습을 보니 신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개혁과 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중도 성향이라는 언론의 분석에 대해서는 그러한 구분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나 낙태 문제 등에 대해 행위보다는 인간 존중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인간 존중이야말로 개혁과 보수라는 이분법을 뛰어넘는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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