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성 투자상품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224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단기 운용처인 '파킹형' 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는 늘어나는 유동성이 국내 주식시장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MMF 설정액은 224조2044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6일의 종전 최고치(224조946억원)를 넘어선 수치다. 올해 초 172조5065억원과 비교하면 29.97% 증가했다.
MMF는 금융사가 고객의 자금을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초단기 금융 상품으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과 함께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투자자들은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경우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창구로 MMF를 활용한다.
MMF 외에도 대기자금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6조4363억원으로 지난 3월 18일 50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증가했다. 종합 자산관리계좌(CMA)도 같은 날 기준 85조8764억원으로 지난 1월 23일 77조원대에서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대선 정국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만기가 짧은 단기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시장 흐름을 관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무역협상 진행 과정과 결과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미·중 고위급 회담에 대한 최종 결과가 확인되기 전까지 협상 이슈에 따라 주식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세도 박스권에 갇혔다. 올초 24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2월 19일 267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글로벌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한때 232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시 반등에 성공해 258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유동성 장세에서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국면을 유동성과 실적, 금리와 경기로 나눠 볼 때 현재는 유동성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유동성 장세에서는 시장이 성장성 있는 업종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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