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적 지원으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점유율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허가조차 이뤄지지 않은 데다 정부의 관련 규율 논의도 사실상 멈춰 있어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가상자산 통계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240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총(약 2455억 달러) 중 98.0%에 해당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의도와 최근 국제 정세 변동성이 커지면서 피난처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부상한 점이 맞물린 결과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와 1대1로 가치를 고정할 수 있어 지급결제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페이팔·비자 등 글로벌 전통 금융사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인프라를 도입한 데 이어 소매금융(리테일) 시장 선점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인 페이팔은 자사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한 데 이어 보유자에게 연 3.7% 이자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결제 기술기업 비자는 각국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돕는 플랫폼을 출시했으며, 마스터카드도 관련 결제 서비스 도입을 마쳤다. 여기에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는 아시아 최대 웹3 생태계를 구축한 카이아(Kaia)와 아시아권 주요 메신저인 라인과 함께 아시아 시장 공략까지 본격화한 상황이다.
앞서 정부 주도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는 나선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리테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2014년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선점한 미국도 민간 기업 주도로 코인 발행에 나서며 점유율을 확보해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기관(홀세일) 분야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활용도가 높을 수 있지만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이와 관련한 국내 규제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기에 민간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행·유통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국내 규제 마련을 위해서는 금융 당국 역할도 중요하다"며 "발행 자격, 담보 자산 범위 등 투자자 보호나 정보 투명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날 열린 자본시장 관련 콘퍼런스에서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 결제 기능을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특성을 반영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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