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前대통령, 국제형사재판소 구금중 다바오 시장 당선

  • 마르코스 진영, 중간선거서 예상보다 부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대량 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수감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필리핀 중간선거에서 다바오 시장으로 당선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개표율 80%를 넘긴 비공식 집계 결과,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경쟁 후보를 8배 이상 앞선 득표율로 다바오 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취임 선서를 어떻게 진행할지 변호사들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공무 수행은 이번 선거에서 함께 출마해 부시장에 당선된 차남 세바스티안 두테르테가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민다뉴스는 세바스티안의 경쟁 후보가 패배를 인정함에 따라 그의 부시장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전했다.
 
이번 필리핀 중간선거(총선·지방선거)에서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선전하며 마르코스 대통령 진영이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개표 잠정 집계 결과 상원 의석 12석 중 마르코스 측이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여론조사에서 예상했던 9석보다 적은 결과다. 반면 두테르테 측은 최소 4석 이상을 확보하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앤서니 로렌스 보르자 마닐라 드라샐대학 부교수는 "이번 결과는 마르코스 지지율이 하락하고 두테르테 브랜드가 다시 부상했으며, 전통적인 자유주의 야당이 주요 정치 무대에 복귀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두테르테 세력이 상원에서 선전하면서 두테르테 부통령의 탄핵이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나왔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지난 2월 마르코스 대통령 암살 모의 및 사무실 자금 사용 비리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당했으나, 상원에서 기존 12석과 이번에 뽑히는 12석을 합한 24석 중 9석 이상을 확보하면 탄핵안이 기각될 수 있다.

마리아 엘라 아티엔자 필리핀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인터뷰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재 많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중간선거는 총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일정이다. 유권자 약 6800만 명이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317명 전원, 18개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등 총 1만8000여 명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현직인 마르코스 대통령 세력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세력 간의 대리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종 선거 결과는 약 1주일 후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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