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로들도 '대통합' 한목소리…4년 중임·지방 분권 제안

  • 권력분산·신뢰회복 딜레마 여전

  • 4년 중임·분권형 대통령 등 대안

  • "개헌, 차기 대통령 의지에 달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낡은 1987년 체제의 수명이 다했음을 알리는 경종과도 같았다. 중앙 일률화로 공고해진 수직적 의사 체계는 소통 부재라는 치명적 폐단을 낳았고, 반대 진영을 찍어누르는 '제1 권력'의 위세가 당당해질수록 양극화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권력 분산과 신뢰 회복이라는 정치권 내 해묵은 딜레마 또한 여전히 건재하다.

6·3 대선을 20일 앞두고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한 정치 원로들은 '국민 통합'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들의 공통된 견해는 대통령의 제왕적 힘을 분산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극단화에 의한 정치 실종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서로 진영 싸움하고 사생결단하는 것은 모두 승자 독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치가 복원되는 작업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진행하고, 그 다음에 법률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내가 민주당에서 넘어올 때 '통합 정치'를 하자고 했다. 국민 통합, 동서 화합, 남북 통일 없는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며 "그런데 갈등이 너무 깊어져버렸고, 집권당이 정당 민주주의를 완전히 깨버리면서 국민께 못할 짓을 했다"고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민 통합은 정부가 끌고 나가는 정책을 국민에게 얼마나 진지하고 성의 있게 설명하느냐의 문제"라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반(反)국가 단체로 낙인 찍는 식으로 하면 개헌도 소용없다"고 했다.

구체적 권력 분산 방안으로는 4년 중임제와 책임 총리제 등이 제시됐다. 특히 중앙 정부의 다수 권한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작은 정부도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됐다.

문 전 의장은 "중임제를 도입할 경우 대통령이 잘못하면 바로 심판하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며 "정권 유지를 원하는 대통령일 경우 제왕적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하는 견제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이어 "지방에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는 분권화를 통해 제도를 획기적으로 고치는 방법도 있다"며 "지자체에 조직권과 재정권을 부여하면 독립할 수 있으니 현 권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 고문은 "중임제가 현실적으로 맞지만, 책임 총리제를 반드시 둬야 한다"며 "각 장관들이 인사권을 갖게끔 하면 어느정도 체제 정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을 각각 축소하고 지자체에 힘을 실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이면 챙길 것만 챙기는 '먹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4년 중임제는 일리가 있다"며 "중임제를 하면 적어도 임기 초반부에는 그런 폐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총리가 내정, 대통령이 외교를 책임지는 책임총리제는 궁여지책"이라며 "권력의 속성상 최고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자신에게 대들 수 있는 사람과 부딪히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질되지 않고 대통합이라는 대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원로들은 차기 대통령의 의지가 개헌 추진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문 전 의장은 "국민의힘 한동훈, 민주당 김동연이 치고 나올 때만 해도 개헌에 대한 분위기가 잡혔는데 다 탈락했다"며 "차기 대통령의 의지가 없다면 한참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유 고문은 "대통령이 집권당이 되면 야당과 소통하고 국민과 대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했고, 정 전 장관은 "선거 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은 내가 보지 못했다"고 개헌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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