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는 15~16일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실무 협상 초기 단계에서는 상호간 입장 차이가 컸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관세 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의 고율관세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회의 초반 상호 고율 관세전에 나섰던 미중의 갈등으로 공동성명 도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회의에서 중국 측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담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인교 본부장은 "의장국의 리더십과 주요 회원국의 지지와 열망으로 회의 종료 직전 극적으로 합의에 이룰 수 있었다"며 "글로벌 통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APEC 회원국과 협력해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글로벌 시장에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PEC 회원들은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무역 이슈 진전을 위해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법적 토대를 제공해온 WTO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모았다. 또 WTO가 현대 통상 이슈 논의를 심화하려는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기업 친화적인 투자환경 조성해야 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응고지 WTO 사무총장도 "WTO가 다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실성 있는 기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APEC 통상장관들의 정치적 지지를 촉구했다. 이에 내년 3월 예정된 제14차 WTO 각료회의까지 APEC은 관련 논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인공지능(AI) 통상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는 △관세·통관 행정에서 AI 도입 확대 △각 회원들의 상이한 AI 정책에 대한 민간의 이해도 제고 △AI 표준 및 기술에 대한 자발적인 정보 교환 등 3대 추진 과제를 제안한 것으로 회원국의 합의를 도출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오는 8월에 인천에서 'AI 통상 민관 다이얼로그'를 개최해 이행과제를 구체화한다.
또 AI를 포함한 디지털 경제가 역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임을 재확인하고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 종이 없는 무역 활성화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 인프라 강화, 데이터 이동, 소비자 신뢰 제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공급망 분야와 관련해서는 보다 회복력있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역내 협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서 한국은 금번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민관 합동 대화인 '지속가능한 공급망 포럼'을 열고 향후 AEPC 논의에 범산업에 걸친 민간 참여 확대를 제안해 이에 대한 회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또 물적, 제도적, 인적 연계성 강화를 목적으로 한 'APEC 연계성 청사진' 이행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하였다. 특히 인적 연계성과 관련해 비즈니스 교류 활성화를 위해 APEC 가상 기업인 여행카드 도입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통상장관회의 합의를 도출은 의장인 저를 비롯해 20개 회원 통상장관들과 100여명의 공동선언문 협상팀에게 큰 도전이었다"며 "APEC 역사에 기념비적인 합의를 도출한 것을 '제주의 기적'이라고 본다. 이번 회의에서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개최될 외교통상각료회의와 정상회의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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