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베선트도 각국에 관세 압박..."협상 안하면 다시 4월 2일"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에 지역별 관세율 설정 가능성 있어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미국 무역 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까지 관세 압박에 나섰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절반 가까이 지나간데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이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베선트 장관은 18일(현지시간) NBC 인터뷰에서 “국가들이 선의로 협상하지 않으면 관세율이 명시된 서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언급하며 “협상하지 않으면 다시 4월 2일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행사에서 “향후 2~3주 이내에 (각국에) 스콧(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하워드(러트닉 상무부 장관)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내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도 몇 개 국가와 무역 합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국가들이 선의로 협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당장 집중하는 것은 18개의 중요한 교역 관계”라며 “우리가 (관세) 숫자를 제시할 수 있는 더 작은 교역 관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에 지역별 관세율을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교역 규모가 큰 18개 국가와는 개별적으로 협상하되 그 외 국가들과는 지역 단위로 관세를 설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 양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들이 좋은 제안을 내놓고 있다”며 “그들은 자국의 (대미) 관세를 낮추고 싶어 하고, 비관세 장벽도 낮추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전략적 불확실성'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상대에게 너무 확신을 주면 오히려 협상에서 그들은 우리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이번 협상 이후 미국의 소비자, 근로자, 소매업체 모두 더 나아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CNN은 미국 내 많은 중소기업이 관세로 인해 비용이 급등하고 성장 계획이 불확실해지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을 강등하는 시점에는 이미 시장이 모든 정보를 반영했다”며 “무디스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모두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들은 (미국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의 중동 순방에서 각국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무디스는 지난 10여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와 이자 지급 비율이 과도하게 증가했다며 미국의 등급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CNN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곧 주택담보대출 등 실물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재정적자를 물려받았다며 정부 지출 축소와 경제 성장 유도를 통해 국가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가장 중요한 숫자”라면서 “부채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GDP를 늘려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