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우리 안보 위협하는 북·러 군사동맹 밀착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들은 지난 5월 16일 이스탄불에서 휴전 협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으나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휴전 조건을 놓고 양측 간의 견해 차이가 크다. 러시아는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함께 이번 전쟁에서 확보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입장이며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불허하고 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포기할 수 없으며 안전보장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이 조속히 종식되길 바라고 있으며, 휴전 협상에 속도를 내도록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5월 19일 트럼프는 푸틴과 2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휴전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국제상황이 트럼프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어 고민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공격하고 있다. 두 개의 전쟁이 여전히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관세보복 치킨 게임도 여전하다. 다행히 미·중 대표단이 만나서 관세를 각각 115% 내리고, 90일 휴전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과 4차 핵 협상 중이며 시진핑 정부의 대만침공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중국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는 정부 출범 이후 신경을 써야 할 국제상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트럼프가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북한 핵 문제이다. 북한 비핵화는 점점 뒤틀려져 간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이후 국제정세가 더욱 복잡해졌다.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북·러관계가 군사 혈맹관계로 급속하게 전환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1만5천명 군병력과 군수물자 지원에 힘을 얻었으며, 북한 김정은도 러시아의 북한 지지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푸틴을 등에 업은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위협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체결한 북·러조약의 수혜자이다.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을 감시하지 못하도록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하였으며, 중국과 함께 북한의 각종 도발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종결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북한 핵무기도 인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에 참여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러시아의 현재 입장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일본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과거 모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러시아는 이웃 국가를 침공하였으며, 독재국가인 북한과 혈맹을 맺고 서방국가를 상대로 대결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도 세계패권국인 미국을 향해 거칠게 도전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중·러 정상회담이 열렸다. 푸틴과 시진핑은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북한 제재와 압박 중단”을 촉구했다. 김정은도 지난 5월 9일 평양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하여 북·러 혈맹관계를 보여주었다. 이것이 북·중·러의 민낯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
 
북한은 이제 러시아와 무기·첨단 군사기술을 주고받는 혈맹관계로 발전했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에서 많은 혜택을 얻었다. 러시아를 확실한 배후세력으로 확보했다. 북한군은 현대전을 경험하였으며, 드론 활용법을 익혔다.
 
최근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 이지스구축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무인정찰기, 신형전차, 신형공대공미사일 등을 공개하였다. 김정은 정권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탄두, 정찰위성 등 전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까지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것이 모두 북·러 군사동맹의 산물이다. 북한은 첨단 군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고 있다.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제2의 한국전쟁을 일으키려는 속셈이다.
 
푸틴 정부의 호전성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알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국가의 군사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하였으며,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였다. 나토국가들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리스크와 유럽 안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을 우려하여 자주국방 열기가 뜨겁다.
 
유럽에는 미국이 제공하는 나토식 공유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유럽의 자체 핵무장론 분위기 확산에 따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국가에 핵무장 항공기를 배치할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 국가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로 해서 고농축 우라늄 제조시설, 전략미사일 기지,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하고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과시하였다. 이는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북한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암시하였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최종 목표는 ‘비핵화’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트럼프 2기 정부와 핵 군축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 불만을 품고 탄도미사일 발사 등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해왔다. 급기야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고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부서들을 폐쇄하였다. 김정은 정권은 남북한 통일을 거부하고 우리 국민을 겨냥하여 핵미사일을 쏘겠다는 심산이다.
 
북·러 군사동맹 밀착은 대한민국 안보에 큰 위협이다. 러시아는 북·러 조약 제4조 ‘자동군사개입’에 근거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개입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을 기반으로 한국을 향해 핵 선제공격의 협박 수위를 높일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 그들은 북한을 두둔하는 국가이다.
 
우리나라 안보를 강화하고 국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미국의 핵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이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등을 통해 북·러 군사 혈맹을 견제하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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