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그룹 피원하모니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은 '안티 히어로(Anti-Hero)'에게 끌린다. 정의롭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예측할 수 없는 선택, 틀을 깨는 태도, 전형에서 비켜선 존재. 정해진 길을 따르기보다, 스스로의 정답을 만들어 나가는 안티 히어로야말로 지금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얼굴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룹 피원하모니(P1Harmony)는 K팝 씬의 '안티 히어로'와 같다. 정의롭고 모범적인 전통적 영웅상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고 때론 자만심 넘치게 스스로를 드러낸다. "이렇게 멋있는 우리가 필요 없다고?"라며 과감히 파업을 선언해 통쾌한 일탈의 쾌감을 안긴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으로 "내가 앉는 자리, 내가 걸어가는 길이 곧 정답"이라 외치는 자신감 넘치는 히어로. 피원하모니의 특별함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피원하모니는 지난 2020년 10월 28일 데뷔한 FNC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 그룹이다. 팀명은 플러스(Plus)와 숫자 1, 하모니(Harmony)의 합성어로 '팀'과 미지의 '하나'가 더해져 다양한 하모니를 만드는 가능성이 무한한 아이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더 기호와 보컬 테오, 래퍼 지웅, 인탁, 소울, 종섭까지 6인조로 구성됐다.
이들은 데뷔 초부터 '영웅'이라는 콘셉트를 중심으로 음악과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부조화(DISHARMONY)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모인 여섯 소년의 여정을 장편영화 '피원에이치(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으로 풀어내며, 영화로 시작한 세계관을 앨범을 통해 유기적으로 확장했다.
'부조화(DISHARMONY)'에서 '조화(HARMONY)'로 나아가는 연작 앨범을 통해 피원하모니는 단순한 음악 활동을 넘어 하나의 서사적 세계를 구축했다. 멤버와 팬, 음악과 메시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을 테마로 한 이 연작은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에서 희망을 찾아 나서는 영웅의 여정을 그리고 있으며 '스탠드 아웃(STAND OUT)', '브레이크 아웃(BREAK OUT)', '파인드 아웃(FIND OUT)', '제로 인(ZERO IN)' '셋 인(SET IN)' '올 인(ALL IN)' 등 각 앨범이 하나의 장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룹 피원하모니 [사진=FNC엔터테인먼트]
피원하모니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넘어 영화적 상상력을 입힌 '영웅의 성장 서사'를 구현하며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견고히 만들었다. '영웅'을 전개 장치로 삼아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매 앨범 음악에 서사적 요소를 더해 전에 없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한 미니 8집 '더!(DUH!)'는 기존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과감하게 비틀어, 새로운 변화와 확장의 가능성을 엿보게 만든 작품이다. 기존 영웅상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편, 파격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접근으로 자신들만의 선명한 색깔을 더욱 굳건히 했다.
전작 '새드 송(SAD SONG)'이 영웅이 느끼는 슬픔과 공허, 내면의 이면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조명했다면, 이번 앨범 '더!'는 한발 더 나아가 전통적 영웅상에 반기를 든다.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멋있는 우리가 필요 없다고?"라며 당돌하게 파업을 선언한 피원하모니의 모습은 신선한 재미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동명의 타이틀곡 '더!'는 이번 앨범의 메시지를 명쾌하게 담아냈다. "이 잘나가는 사람이 누구야? 당연히 나지! 뭘 그런 걸 물어?"라고 스스로를 과감히 드러내는 자신만만한 태도는 영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내가 걸어가는 길이 곧 정답'이라고 선언한다. 빈티지한 비트에 트렌디한 보컬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하모니를 완성했고, 올드 힙합 베이스에 다이내믹한 구성, 위트 있는 가사를 통해 피원하모니만의 음악적 매력을 선명히 부각했다. 힙합과 K팝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안티 히어로의 서사가 이번 앨범에서 정점을 찍었다.
그룹 피원하모니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멤버들이 직접 써 내려간 이야기는 피원하모니의 음악에 더욱 깊은 울림을 더했다. 이번 앨범 역시 멤버들이 전곡 작업에 참여해, 자신들만의 목소리와 감성을 더욱 촘촘하게 담았다. 타이틀곡을 비롯해 전곡 작사에 참여한 인탁과 종섭을 필두로, 지웅은 세 곡의 작사·작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꾸준히 곡 작업을 해온 기호는 '프리티 보이(Pretty Boy)' 작곡에, 종섭은 '워크(Work)'의 작곡 크레딧에도 참여하며 팀의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앨범이 얻어낸 성과 역시 인상적이다. 미니 8집 '더!'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23위를 비롯해 '월드 앨범' 1위, '인디펜던트 앨범' 3위, '톱 앨범 세일즈' 3위 등 글로벌 차트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초동 판매량 또한 44만 장 이상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국내외 음원 플랫폼과 음악 방송까지 석권하며, 피원하모니의 끝없는 성장을 입증했다.
이처럼 자신들만의 독특한 길을 개척 중인 피원하모니는 오는 8월 서울을 시작으로 세 번째 월드투어 '플러스테이지 에이치: 모스트 원티드(P1ustage H : MOST WANTED)'에 돌입한다.
누구도 정의 내려주지 않은 길 위에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피원하모니. 전형을 거부하는 이들의 용기와 자신감은 K팝 신 '안티 히어로'라는 새로운 캐릭터로서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다음 이야기 역시 피원하모니만이 쓸 수 있는 서사로 채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