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AI 시대,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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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사진=어메이즈]
아티스트가 눈앞까지 성큼 들어온 듯한 순간, 영화관 안에서는 함성과 떼창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VR 콘서트는 공연을 체험하는 방식뿐 아니라 극장을 즐기는 풍경까지 새롭게 만들고 있다. 그룹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에이티즈, 투어스의 VR 콘서트 영화를 선보이며 공연 콘텐츠의 지형을 넓혀가고 있는 어메이즈(AMAZE) 이승준 대표를 만났다.

그룹 투어스의 첫 VR 콘서트인 '투어스 브이알 콘서트 : 러쉬로드(TWS VR CONCERT : RUSH ROAD)'가 연일 매진을 기록 중인 가운데 이 대표는 VR 콘텐츠를 향한 관객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봤다.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아서 역대 최고 성적을 찍지 않을까 싶습니다. VR 콘텐츠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들의 니즈도 올라가는 중이고요. 앨범을 사는 가격이나 콘서트 관람 비용은 훨씬 비싸고 티케팅도 어렵다 보니 VR 콘서트 영화는 아티스트를 보기에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봐요. 저도 공연을 좋아하지만 유명 아티스트를 눈앞에서 보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건 훨씬 더 눈앞의 경험이기도 하니까, 음악에 잘 맞는 매체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메이즈가 처음부터 콘서트만을 목표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모바일 이후의 새로운 매체 환경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공간'과 'VR 헤드셋'이라는 가능성에 주목했고 다양한 시도 끝에 가장 큰 임팩트를 준 것이 결국 콘서트였다고 돌아봤다. 

"제가 창업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어메이즈는 카카오 초기 멤버들로 구성돼 있고 당시 엔지니어들이 함께한 팀이에요. 이전에는 컨설팅 회사를 다녔는데,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혁신과 매체 패러다임을 보면서 창업까지 오게 됐죠. 그다음에는 뭐가 올까를 생각했고, 패러다임이 바뀔 때 글로벌하게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그때 저희가 베팅한 게 '공간'과 'VR 헤드셋'이었어요. 처음에는 음악만 한 게 아니라 영화도 해보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는데, 가장 임팩트 있었던 게 콘서트였습니다. 그래서 이걸 더 확장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콘텐츠를 만들게 됐습니다."
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사진어메이즈
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사진=어메이즈]

VR 콘서트 안에 '최애 고르기'나 응원봉 같은 참여형 장치들을 넣은 이유도 여기에 닿아 있었다. 단순히 보는 콘텐츠를 넘어 팬이 자기 방식으로 반응하고 개입할 수 있을 때 경험의 밀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K팝 아티스트다 보니까 팬들이 최애 멤버를 선택해서 계속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애 고르기'나 '응원봉' 같은 요소들을 넣었고요. 아티스트마다 들어가는 요소는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손을 인식하게 하고, 응원봉을 흔드는 식의 행동들이 결국 경험을 더 크게 만들어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VR을 집이 아니라 극장에서 보는 경험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반응하고 감정을 나누는 순간, 콘텐츠는 개인적인 감상에서 집단적인 체험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물론 집에서도 볼 수는 있죠.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AI 시대가 오면 2D 콘텐츠나 2D 이미지의 가치는 점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봐요. 저희가 만드는 건 결국 어떻게 보면 디즈니랜드 같은 거예요. 아티스트의 어트랙션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관객이 그 안에서 더 몰입감 있고 더 현장감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할 생각입니다. 물론 온라인으로도, 집에 헤드셋이 있는 분들은 볼 수 있게 할 예정이고요. 지금도 콘서트 DVD를 파는 것처럼 휴대폰을 끼워서 볼 수 있는 형태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K-팝을 넘어 해외 아티스트로의 확장 가능성도 이미 열려 있다고 했다. 현재는 장르를 넓히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아티스트 측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특정 시장이나 장르에만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어떤 아티스트에게 이 형식이 가장 잘 맞을지를 계속 탐색해가겠다는 입장이었다.

"우선은 장르를 넓혀가는 걸 고민하고 있고요. 꼭 K팝 아티스트만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미국 아티스트나 중국 아티스트 쪽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고 있어서 앞으로 이걸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현재로서는 남자 아이돌 쪽이 비교적 수월해 보이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만 한정하는 건 아니고 다른 아티스트들로도 할 수 있는 건 많다고 생각합니다."
TWS VR 콘서트  러쉬로드 스틸컷 사진어메이즈
'TWS VR 콘서트 : 러쉬로드' 스틸컷 [사진=어메이즈]

어메이즈가 내세우는 강점은 결국 기술력이다. 이 대표는 회사의 기반을 이루는 두 축으로 언리얼 엔진 기반의 CG 기술과 AI 기술을 들었다. 다만 범용적인 이미지 생성 AI와는 다른 방향에서 VR 콘텐츠에 특화된 데이터와 후반 작업 기술을 축적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기술적으로 두 가지 축이 있어요. 하나는 게임에서 쓰이는 언리얼 엔진 같은 CG 기반 기술이고, 또 하나는 AI 쪽 기술입니다. 그런데 AI 쪽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2D 영상을 만들거나 이미지를 만드는 AI는 사실 구글이나 오픈AI 같은 큰 회사들이 갖고 있는 영역에 가깝고 그걸 독자적인 회사가 가져가기는 쉽지 않죠. 비용도 크고 경쟁도 치열하니까요. 그런데 VR 콘텐츠는 포맷 자체가 다릅니다. 이쪽은 특정 카테고리에 맞는 유니크한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그걸 바탕으로 학습이 이뤄져야 기술이 발전하는 구조예요. 그래서 저희는 VR 콘텐츠에 최적화된 기술들을 갖고 있고요. 그런 기술들을 활용하면 후반 작업이나 화질 개선, 인터랙티브 구현 같은 것들이 계속 좋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VR에서는 화질과 몰입감을 같이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술들이 쌓일수록 관객은 더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공간 구성이나 인터랙티브 요소도 더 많이 넣을 수 있게 됩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그런 기술을 계속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콘텐츠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는지 묻자 그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라는 표현을 꺼냈다. 

"콘텐츠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든 문법도 지금은 음악 콘서트 위주지만, 이런 새로운 공간 경험이 꼭 음악에만 머무르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찾아오게 하려면 기존 2D 콘텐츠와는 다른 경험이 있어야 하잖아요. 지금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라 핸드폰이나 TV로 보는 2D 콘텐츠에 추가로 돈을 쓰게 만드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결국 더 이머시브하고 가치 있는 경험이 아니면 사람들이 쉽게 돈을 쓰지 않게 되겠죠. 저는 AI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건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실제 아티스트를 직접 찍고, 그 안에 땀과 시간, 서사가 담긴 진짜 경험을 만드는 거니까요. AI로 가짜 퍼포먼스를 만들 수는 있어도, 거기에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돈을 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만3000원이라는 가격과 VR이라는 형식 때문에 아직은 접근성이 높지 않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이 대표는 오히려 앞으로는 모두를 향한 대중 콘텐츠보다 각자의 취향이 더 또렷해지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저는 앞으로 전통적인 의미의 대중 콘텐츠가 얼마나 더 가능할지 잘 모르겠어요. '왕사남' 같은 케이스가 또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게 자주 반복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결국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경험에는 돈을 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콘텐츠에는 1만~2만 원을 쓰더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대상에는 훨씬 더 큰돈도 쓸 수 있는 거잖아요. 앞으로는 '마이크로 인터레스트'의 시대라고 봐요. 각자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더 깊게 돈을 쓰는 시대라는 거죠. 개별 콘텐츠 하나하나의 흥행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그런 경험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과 패러다임을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사진어메이즈
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사진=어메이즈]

VR 경험에서 종종 이야기되는 어지럼증 문제 역시 팬덤과 아티스트 특성에 따라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아티스트마다 팬덤의 나이와 성별이 다르기 때문에 팬덤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카메라 움직임의 수준도 다르거든요. 어지럼증이 생기는 이유는 내가 가만히 있는데 세상만 움직여서 그런 거거든요. 그런 걸 감안해서 나중에 전용관을 만들면 카메라 무빙에 맞춰 의자도 움직이게 만들 거예요. 그런 요소로 덜 어지럽게 하면서 더 다이내믹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전용관'이다. 단순히 헤드셋을 쓰고 콘텐츠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특정 아티스트의 세계 안으로 이동하는 듯한 경험 전체를 설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움직이는 모션 체어도 있을 거고, 음악에 맞춰 햅틱 같은 요소를 넣으면 체감은 훨씬 더 커질 수 있거든요. 단순히 영화관에서 보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오는 길부터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들, 아티스트의 음악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줄 수 있게 공간을 꾸미게 될 것 같아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논의 중인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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