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주택 공급 확대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공통적으로 내세웠지만, 정비사업의 주요 규제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여부를 두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양당이 공언한 서울 도심의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초환에 대한 추가 완화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울 등 수도권의 노후 도심 재개발·재건축 용적률을 상향하고, 분담금을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상태다.
재초환과 관련한 명시적 공약은 없지만, 시장에서는 현행의 규제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16일 진성준 민주당 정책본부장은 “재건축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누리는 것은 사회 공공을 위해 일정하게 환원돼야 한다”며 “부동산 관련 세수 현황을 보면 그 부담이 크게 낮아지고 과거 수준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특별히 손을 봐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 않다”며 재초환 제도 존치를 시사한 바 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부세 완화와 재초환 폐지 등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통해 “재초환을 폐지하고 종부세는 부담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006년 도입된 재초환은 조합원 평균 8000만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얻을 경우, 부과 구간에 따라 이익 금액의 10%에서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거두는 제도다. 시장 침체 여파로 지난 2013년 한 차례 유예됐지만 2018년부터 다시 시행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금액 기준을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상향해 규제 수위를 완화한 상태다.
정비업계에서는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추가 분담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초환으로 인한 부담금마저 늘 경우, 노후 구도심 지역의 사업 추진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초환 대상 아파트 중 준공 후 부담금 재산정과 부과 절차를 밟아야 하는 가구는 현재 약 1만8000가구에 달한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부담금 결정 및 부과'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내용의 지침을 지자체에 보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들 단지의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만 1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중복 과세에 장기 보유 시 부담금이 지나치게 커져 시장 주택 공급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에서도 장기간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당장 억대 부담금을 부담하게 되는 상당수 사업장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데 매우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용적률 상향과 안전진단 개선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최근 여야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결국 재초환이라는 핵심 빗장이 풀리지 않으면 실효를 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은 기본적으로 2000년대 중반 기준 당시 1970~80년대 준공 아파트들의 재건축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법안으로, 재건축 환경과 필요성이 달라진 지금 시장과 맞지 않는 규제”라며 “기존 구도심 내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하는 부분에 있어서 지장이 갈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제도에서는 용적률을 올려주더라도 재초환으로 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정비사업의 용적률 완화 정책이나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등의 공약이 실효성을 보려면 재초환을 폐지해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