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수요 부진의 충격으로 코스피가 1.2% 넘게 급락하며 2600선을 내줬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자'에 나서면서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서만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코스닥은 0.8% 하락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91포인트(1.22%) 내린 2593.67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92포인트(0.42%) 내린 2614.66에 출발했으나 오전 중 낙폭을 키웠다.
이날 코스피에서 개인은 945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832억원, 4318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진행된 미국 20년물 국채입찰이 낮은 응찰률과 높은 금리 형성을 보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20년물 국채 입찰 응찰률은 2.46배를 기록해 12개월 평균인 2.58배를 하회했다. 발행금리는 5.047%로 결정돼 지난 입찰 대비 23.7bp 급등했다. 20년물 발행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3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감세 법안에 대한 우려까지 맞물려 미국 재정건정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그 결과 21일 뉴욕증시 3대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 S&P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각각 1.91%, 1.61%, 1.41% 하락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국채입찰로 시장의 경계감이 컸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21일 일본 30년물 금리가 3.18%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급등하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높였었는데 여기에 미국 장기물 금리 급등세가 더해지며 부담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하락했다. 방산 업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이 1% 이상 떨어진 가운데 자동차 업종인 현대차, 기아는 2% 넘게 급락했다. 삼성전자(-1.80%), SK하이닉스(-1.80%), 삼성바이오로직스(-1.82%), LG에너지솔루션(-1.8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48%), KB금융(-1.33%), 현대차(-2.98%), 기아(-2.19%), HD현대중공업(-1.25%), 셀트리온(-1.98%)이 내림세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봤을 때 섬유·의류(2.38%), 전기·가스(0.88%), 오락·문화(0.64%)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다. 기계·장비(-2.71%), 금속(-1.75%), 보험(-1.66%) 순으로 내림폭이 컸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5.95포인트(0.82%) 내린 717.67에 마감했다. 지수는 2.66포인트(0.37%) 내린 720.96에 출발해 하락폭을 키웠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116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51억원, 575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등락이 엇갈렸다. 알테오젠(-0.77%), 에코프로비엠(-0.34%), 레인보우로보틱스(-1.48%), 휴젤(-2.73%), 클래시스(-1.52%)이 내림세를 보인 반면 HLB(0.95%), 에코프로(0.73%), 펩트론(0.96%), 파마리서치(0.23%), 리가켐바이오(1.19%)는 오름세를 보였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재정 우려 확산,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하락 마감했다"며 "업종 대부분이 하락한 가운데 유틸리티, 항공, 에너지, 의류 등은 선방했으나 2차전지주는 부진이 지속되며 다수 종목이 신저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횡보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관세, 환율, 미국 재정우려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는 현 지수대에서 매물소화 과정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달러약세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는 전일보다 5.9원 내린 1381.3원을 기록했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은 처음으로 11만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21일 오후 7시25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63% 오른 11만774.2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고점인 지난 1월21일 기록한 10만9358달러를 웃도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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