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글로벌 8위 국적선사 HMM, 정시운항률 향상 시급하다

  •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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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사진=아주경제DB]
미국과 중국이 2차 관세 무역 전쟁을 멈추고 지난 14일부터 '90일 휴전'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상대방 수입품에 적용하는 추가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각각 30%, 10%로 낮아졌다고 한다.

이번 결정으로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동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등은 컨테이너 해상운송 화물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미국 서·동안 행 컨테이너 선박 물동량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적선사들도 조만간 닥칠지 모를 해운 시황 침체기에 대비해 급변하는 교역상대국의 관세 무역정책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 선사들은 미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와 개별 국가와의 협상으로 선박 신조 발주를 다시 개시했다. 해양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COSCO 시핑은 불과 일주일 만에 약 48억 달러, 32척의 신조선을 발주했다. 이는 올해 단 한 척의 신규 발주가 없는 한국 선사들과는 뚜렷하게 대조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비중이 가장 많은 HMM은 시황 악화로 물동량이 감소하면 2만4000TEU 선박에 컨테이너화물을 가득 채우기가 다른 경쟁 선사보다 더욱 어렵게 되고, 이는 소석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HMM은 올해 1분기에 이어 지난 4월에도 12개 글로벌 선사 중에서 정시율 꼴찌를 기록 중이다.

정기선사 시황정보 플랫폼 eeSea 데이터에 따르면 HMM은 지난 4월 한 달간 정시운항률이 10%로 11위인 MSC보다 7% 낮았다. HMM은 올해 1분기 정시성 10%로 12개 선사 중 꼴찌였다. 지난달 정시성 1위는 머스크(Maersk)로 57%를 기록했다. 참고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월에는 컨테이너 선사의 정시성은 80%를 넘었다.

머스크 정시운항률은 지난 1월 37%에서 2월 47%, 3월 52%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지난달 42.8%의 정시성으로 2위를, 대만 완하이(42.1%)가 3위였다. 두 선사 모두 4월에 급격한 정시성 개선을 보였다. 이들 선사의 1분기 평균 정시성은 각각 26%, 23.1%였다.

HMM이 정시율 꼴찌를 기록한 이유는 글로벌 선사 중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보유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HMM 재건을 위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신조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팬데믹 기간 공급망 붕괴와 지연으로 선사 중 가장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동량이 하락한 상황에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상대적으로 항차마다 선복을 채우기 힘들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일정 기간 고정 운임 계약인 S/C(우대운송계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HMM은 소석률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선박의 운항 속도를 늦추거나 임시결항 할 수밖에 없다.

HMM이 정기선사의 제1 규범인 '정시성'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다면 이는 수출입 화주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당장은 금전적인 손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신뢰와 신용은 점진적으로 그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HMM에 당장 시급한 과제는 수익성이 아닌 정시성 개선이다. 제미나이의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1위인 MSC를 굳이 선복량으로 추격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이제 선복량 경쟁보다 불확실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정시성 준수를 통한 양질의 해상운송이 더욱 중요해졌다. 만약 정기선사가 지속적으로 정시성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기선이 아니라 부정기선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단순한 선복량 경쟁에 의존하기보다 HMM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해상운송 서비스와 END-TO-END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컨테이너 선대, 네트워크, 인적 역량, 영업적·재무적 능력을 최적화해 '글로벌 국적선사'로서 목표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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