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로, 타가이(tagay·건배)!"
지난 19일(현지시간) 찾은 필리핀 마닐라의 한국식 삼겹살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 이곳엔 삼겹살과 함께 하이트진로 소주 브랜드 '진로'를 즐기는 필리핀 현지인으로 가득했다. 연령층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골디씨(21·여)는 "한 달에 4~5번 하이트진로 소주를 구매하는데, 친구들과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파티할 때도 소주를 즐겨 먹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겹살과 소주 조합을 가장 좋아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동행인 로즈씨(22·여)는 "하이트진로 소주 가운데 딸기소주(딸기에이슬)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소주를 마시면 기분이 맑아진다"고 말했다.
30년 전 필리핀에 진출한 진로는 최근 주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지 음주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결과다. 대표적인 것이 '타가이' 문화다. 타갈로그어로 '건배'를 뜻하는 타가이는 한 잔의 술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나눠 마시는 필리핀의 음주 문화다. 진로의 브랜드 정체성인 '함께 마시는 술'과도 유사해 한국 소주가 현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류 열풍도 보탬이 됐다. 이날 삼겹살라맛에서 만난 랄리씨(29·여)는 "한국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는데, 소주를 먹는 장면이 많아서 호기심에 처음 마시게 됐다"고 했다.

소비층이 늘면서 소주 선호도도 바뀌고 있다. 필리핀에서 많이 팔리는 진로 제품은 2021년엔 흔히 과일소주로 불리는 과일리큐르 비중이 61%로 다수였지만, 지난해엔 일반 소주가 68%를 차지했다. 필리핀 내에서 한국과 유사한 주류 소비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날 현지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S&R에서 만난 얼윈씨(43·남)는 "한국 소주는 다른 종류 술보다 맛이 깔끔한데다 부드러워 다른 음료나 음식과 같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참이슬 오리지널'이 가장 깔끔해서 좋아한다"면서 참이슬을 비롯한 소주 여러 병을 쇼핑카트에 담았다.
하이트진로는 유통망을 확대하며 '진로의 대중화'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최대 유통사인 프리미엄와인앤스피릿(PWS)을 비롯해 필리핀 전역에서 31개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S&R, 4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엉클존스(옛 미니스톱)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입점했다.
니코 S&R 주류부문 시니어바이어는 "K-팝과 한국 드라마 인기로 필리핀에서도 소주를 찾는 수요가 생겨서 S&R에 진로를 도입했고, 그 결과 주류 총매출이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소주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주류 시장 성장세가 빠른 필리핀을 중심으로 글로벌 실적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필리핀은 올해 기준 인구수가 1억1437만명에 달하는 인구 대국이다. 중산층 확대와 가처분 소득 증가에 힘입어 주류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 아시아 지역에서 1인당 알코올 소비량 8위를 기록했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장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주류 시장 중 하나로,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해 온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리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 필리핀 법인이 전 세계 '진로의 대중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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