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스케치] 이창용 총재 "시간내서 투표하러 가세요"…오늘 금리·성장률 동시 하향 무게

  • 29일, 한국은행 올해 네번째 금통위 회의 개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장선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장선아 기자]
"시간 내서 (대통령 선거) 투표하러 가세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본회의 시작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이 총재는 오전 8시 58분께 분홍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한글이 적힌 넥타이를 착용한 채 회의실에 등장했다. 한은이 자체 제작한 '서예 넥타이'를 맨 것으로 해당 넥타이에는 '한국은행'의 앞글자를 딴 다양한 문구가 적혀 있다.

통화정책방향회의 직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는 미국 연방법원 판단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일부라서 더 살펴봐야겠다"고 답했다.

앞서 오전 8시 57분께는 신성환·장용성·유상대·황건일·김종화·이수형 위원이 회의장에 동시 입장했다. 지난 4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 위원은 주황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에서 2.50%로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안정세를 되찾은 데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가 겹치며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회의에서는 6명 중 5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인정됐지만, 자본 유출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 등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3개월 내 금리 전망에 대해선 금통위원 전원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회의에 앞서 아주경제신문이 국내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이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봤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50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성장 부진이 본격화된 점이 반영됐다. 

정부는 13조8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7월 말까지 70% 이상 신속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차 추경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져, 재정 정책만으로는 성장률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보완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은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경제전망 수정치도 발표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0%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존 1.6%에서 0.8%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바 있다. 8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4월 말 기준 0.8%에 불과하다.

5월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과의 금리 차는 2.00%포인트로 벌어진다. 추가 인하 시점은 오는 8월이 유력하다. 이 기간 동안 한은은 인하 효과를 점검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 국내외 변수들을 살펴보며 추가 인하 여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오전 10시를 전후해 기준금리 결정 결과와 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전 11시 10분께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는 최근 경제 여건에 대한 한은 금통위의 평가와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