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계기로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야 모두 현물 ETF 거래 허용을 공약에 포함시키며 금융권의 가상자산 투자 진입 시점도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과 통일된 가격 지수 부재 등 제도적 기반이 미비해 실질적인 ETF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2일 각당 정책 공약집 등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발행·상장·거래 등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10대 공약 중 하나로 중산층 자산 증식을 제시하면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포함했다. 가상자산 분야는 후보간 이견이 적어 누가 당선되더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ETF가 출시되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처럼 가상자산을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자산이 제도권에서 관리된다는 점에서 보호 장치도 작동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품인 만큼 도입만 되면 안착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거래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비트코인(BTC)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이 가능하고, 이용자보호법 개정이 선행돼야 ETF 유동성 공급이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절차상 문제점을 해소하는 세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코스피·코스닥처럼 국내 가상자산에 대한 표준화된 지수도 필요하다. '김치 프리미엄'으로 인한 가격 왜곡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지수 산출은 ETF 출시의 전제 조건이다.
현재 업비트·빗썸 등 주요 거래소에서 자체 지수를 산정하고는 있지만 공공기관 차원의 표준화는 아직 초기단계다.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등에서는 아직 가격지수의 직접 산출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커스터디(수탁), 프라임 브로커리지, 유동성 공급자 등 가상자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업자의 역할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인프라는 스타트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실제 허용되더라도 수천억원 이상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역량은 부족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대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인 만큼 빠르면 내년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법적·제도적 정비와 함께 밸류체인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대선 이후 공약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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