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테크] 환율 더 떨어질라… 서학개미 7개월만에 美주식 '팔자' 전환

  •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환차손 우려까지…지난달에만 1.8조원 매도

자료아주경제DB
[자료=아주경제DB]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환차손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미국 주식을 총 13억1084만 달러(약 1조794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이어지던 순매수 흐름이 7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됐다.
 
올해 1~4월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서학개미들은 △1월 40억8000만 달러(약 5조5773억원) △2월 29억8000만 달러(약 4조736억원) △3월 40억7000만 달러(약 5조5636억원) △4월 37억1000만 달러(약 5조715억원) 등 총 148억 달러(약 20조231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서학개미들이 순매도로 돌아선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감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뉴욕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과 방어적 전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 우려까지 겹치면서 매도세에 더욱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 1440~1450원대에 달러로 환전한 투자자도 적지 않은데, 지난 11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70.90원으로 주식 손익을 제외하고도 환차손만 5%가 넘는 수준이다.
 
해외주식 투자에서 환율은 숨은 수익률과 같다. 미국 주식으로 10% 수익을 올려도 달러 환율이 5% 떨어지면 실제 수익률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국채 금리 흐름이 여전히 달러화 흐름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최근에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셀USA(미국 자산 매도)' 현상을 자극하면서 달러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도 흐름은 종목별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5월 기준 미국 주식 상위 50개 종목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은 총 168억1473만 달러(약 23조1286억원)를 매수하고, 186억2245만 달러(약 25조6151억원)를 매도해 약 18억772만 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 5월에도 매수금액 1위를 기록했지만, 매도가 더 많았다. 매수금액은 19억7589만 달러(약 2조7182억원), 매도금액은 22억2662만 달러(약 3조631억원)로 약 2억5073만 달러(약 3449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엔비디아 역시 활발한 거래에도 불구하고 매도 13억4713만 달러(약 1조8537억원), 매수 7억5314만 달러(약 1조363억원)로, 5억9399만 달러(약 8172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나타났다.
 
차익 실현 흐름은 레버리지 ETF에서도 두드러졌다.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2억5072만 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3억4891만 달러) △레버리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3억9581만 달러) 등에서는 수억 달러 규모 순매도가 이어졌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 속에 미국 채권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마땅한 자산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장 흐름 속에서 해외 투자를 지속하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 주식 대신 채권으로 자산을 옮기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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