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제주를 글로벌 워케이션과 해양레저의 중심지로, 강원은 헬스케어·의료관광 특화지역으로, 여수는 해양관광 거점이자 국제공항 전환 후보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지역의 경우 국제해양관광특구 지정과 관광청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약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본 순간, 안도의 한숨은 곧 근심의 한숨으로 바뀌었다. 특정 지역에 특화된 인프라 구축 계획은 있으나, 이를 통해 관광산업을 어떻게 고도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청사진은 부재했다. 느낀 그대로 표현하자면, 관광을 ‘국가 미래 산업’이 아닌 ‘지역개발용 보조 사업’쯤으로 인식한 듯한 인상이 짙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 일자리의 11%를 담당하는 이 산업은 더 이상 부차적인 분야가 아니다. 콘텐츠, 인프라, 브랜드,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하는 종합 전략 산업으로 인정받는다.
전 세계는 이미 관광산업의 전환점을 넘어섰다. 스마트관광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 지속 가능 관광, 디지털 콘텐츠 수출, 관광 스타트업 육성이 주요 트렌드다. 팬데믹 이후 주요국들은 관광을 경제 회복과 지속 가능성, 문화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도화된 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선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지역 중심 관광 생태계 구축'이라는 슬로건은 있었지만 관광을 통해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서사와 철학은 모호했다. 지역 민원을 푸는 수단으로 관광이 동원되진 않을까 우려도 됐다.
이명박 정부는 관광을 수출산업으로 규정하며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한류 콘텐츠와 관광을 결합해 문화산업화를 시도했다. 문재인 정부는 관광거점도시와 테마여행 프로젝트 등으로 지역 분산형 관광 구조를 설계했다. 완성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적어도 관광을 독립된 산업군으로 보고 전략적 시도를 이어간 점은 주목할 만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약은 전략보다는 지역 인프라 나열에 가까웠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개별 맞춤형 개발 전략은 돋보였으나,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비전'이나 '관광산업 혁신 로드맵' 등 관광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 전략은 부족했다.
또 복합리조트, 해양관광지, 카지노 유치 등 굵직한 인프라 계획은 시장 수요 예측과 환경영향 평가, 지속 가능성 분석 없이 나열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더구나 콘텐츠와 정책, 기술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구조적 접근, 특히 스마트관광이나 관광데이터 기반의 혁신은 언급조차 없었다.
관광은 콘텐츠이자 시스템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간을 만든다고 관광객이 몰리는 시대는 지났다. 브랜드 기획력, 정책 통합성, 기술 연계성이 뒷받침돼야 비로소 산업이 자란다. 전략 없는 지역개발식 접근은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뿐이다.
관광은 지역개발의 부속물이 아니라, 국가 비전의 척도이자 외교 자산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관광을 산업으로 정의하고, 장기적 로드맵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관광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바로 지금이 전환 타이밍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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