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맹모삼천지교' 中 가오카오 교육열 담은 영화 '인형뽑기'

  • '중국판 트루먼쇼' 지난해 흥행 '톱3' 올라

  • 아들 교육 위해 가난한 척하는 부잣집 부모

  • "중국식 교육의 폐해 '풍자'"한 영화

영화 좌와와 포스터
영화 '좌와와' 포스터

7일부터 사흘에 걸쳐 치러지는 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오카오(高考)' 열기는 우리나라만큼이나 뜨겁다. 중국도 교육열이 워낙 높은 데다가 가오카오 성적이 대입 당락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모국이 바로 중국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중국 학부모의 잘못된 교육열을 풍자한 영화가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옌페이·펑다모 감독의 영화 '좌와와(抓娃娃)'다. 우리말로 ‘인형 뽑기’란 뜻이다. 33억 위안(약 6248억원) 넘는 흥행수입을 기록하며 지난해 박스오피스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에서 최고의 콤비를 자랑하는 남녀 국민 코믹 배우 선텅과 마리가 호흡을 맞췄다. 

도심 한복판의 허름한 빈민가에서 병든 외할머니(싸르나 분)를 모시고 사는 마청강(선텅 분)·춘란(마리 분) 부부, 그리고 그의 아들 마지예(샤오보천 분). 이 가족은 겉으로 볼 때는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사는 듯하다. 해져서 너덜거리는 신발을 신고 일하는 아버지, 등하굣길에 빈병을 모아 판 돈으로 살림에 보태는 아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엿한 재벌가 기업 부부가 아들 교육을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세트장이다. 마청강은 아들 지예를 칭화대나 베이징대 같은 명문대에 입학시켜 훗날 자신의 기업을 이어갈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어려서부터 근검절약을 몸에 익히고 어떤 고난·역경도 이겨나갈 수 있는 강인한 의지를 키우도록 훈육하는 것이다. 영화 영어제목을 후계자란 뜻의 'Successor'로 지은 이유다. 

영화는 마치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의 '어린이판' 버전을 보는 듯하다. 동네 이웃도, 지나가는 행인, 가게 주인, 병원 의사까지도 모두 이들 부부의 통제 속에 움직이며 아들의 훈육에 동원된다.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은 등교하는 지예에게 갑자기 영어로 길을 묻는가 하면, 고기를 사려는 지예에게 정육점 주인은 복잡한 수학 방정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심지어 몸져 누운 외할머니조차 알고 보면 교육가에서 유명한 인성교육 전문 리 선생님이다.  

곳곳에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 요소가 가득하지만 영화는 결국엔 지나친 자녀 통제가 결국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 넓게 본다면 정보, 교육, 의료 등이 모두 공산당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는 중국이라는 국가를 에둘러 풍자하는 듯하다.

인형뽑기 기계는 집게를 조종해 원하는 인형을 골라 꺼내는 것이다. 결국 인형뽑기라는 뜻의 영화 제목 '좌와와'는 아버지 마청강에게 자녀 교육의 목표가 마치 원하는 인형을 뽑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풍자한 것이다. 큰 아들 마다쥔에 이어 둘째 마지예마저 자신이 짜놓은 계획에 따라 훈육하는 데 실패한 마청강은 영화 말미에 셋째를 낳으려고 계획한다. 원하는 인형을 뽑을 때까지 계속 기계를 조작하듯, 마청강에겐 자녀가 하나의 독립된 자아로 보이지 않고, 자신의 개인적 이상을 실현하고 그의 기업을 물려줄 도구로 양육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영화 주인공 이름도 주제와 맞닿아 있다. 주인공 마청강(馬成鋼)이라는 이름은 중국 속담에 ‘무쇠가 강철로 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는 뜻의 ‘恨鐵不成鋼’를 떠올리게 한다. 마청강은 첫째 아들은 왕의 아들, ‘대군’이라는 뜻의 ‘마다쥔(馬大君)’이라 지었지만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져 자신이 원하는 대로 훈육에 실패하자, 둘째 아들에게는 가업을 계승한다는 뜻의 마지예(馬繼業)라 지었다. 

하지만 마지예는 가오카오에서 백지를 제출하고 “진짜 나로 살고 싶어요. 엄마 아빠가 만족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라고 말하며 집을 떠난다. 영화 엔딩곡으로 흘러나오는 노래 '나는 바람이  될 거야(중국명·我想當風)'의 '나는 연이 아닌 바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가사는 부모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마지예의 염원을 담은 듯하다. 

중국 영화평론 사이트 더우반에서 누리꾼들은  "중국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잘못된 방식이다", "중국 아이들의 삶이 부모에 의해 파괴되는 비극을 풍자했다", "부모는 자녀를 실험적 도구로 이용했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등 중국식 교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