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감세법 놓고 신경전 격화…브로맨스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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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한때 ‘주군과 최측근’으로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서로를 향한 공개적인 비난을 주고 받으며 완전히 갈라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공개석상과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는 자신 소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서로를 공격하며 날선 설전을 벌였다.

지난 대선 때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두 사람은 끈끈한 브로맨스 관계를 자랑했으나, 이제는 관계가 파국을 맞았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특별공무원으로 일하다 지난달 30일 물러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시작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정책 관련 법안에 공개 반대 의견을 낸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론(머스크)과 나는 좋은 관계였다.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놀랐다"라고 말해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 같을 수 없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일론을 많이 도와줬다"며 "그는 나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말했고 개인적으로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나쁘게 말하는 것)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머스크가 감세 법안을 비판한 배경으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머스크가 지지한 인사의 NASA 국장 지명 철회,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기 조기 종료 등을 언급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는 와중에 엑스를 통해 즉각 반박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되는 와중에 "승리를 위한 얇고 아름다운 법안"(Slim Beautiful Bill for the win)이라는 글을 처음 올린 뒤 자신의 감세 법안 비판 이유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을 지목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자 반격 수위를 높였다.

머스크는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해라. 하지만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를 차버려라"라면서 "크고 추악한 법안 또는 얇고 아름다운 법안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얇고 아름다운 것이 정답이다"라고 썼다.

머스크는 또 자신이 이 법안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도 "거짓"(False)이라며 "이 법안을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의회에서 거의 아무도 읽어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한밤중에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도움 없이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도 반발하며,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으며 공화당은 상원에서 51대 49로 겨우 다수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답글을 남겼다.

이어 "매우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10년 전 미 정부와 의회의 부채 한도 증액과 재정 적자 확대 입법을 비판한 글들을 다수 모아 공유하며 "이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적었다. 이어 "미국에서 중간층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할 시점인지"라며 엑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머스크는 보수 진영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가 "의원들이 트럼프 편을 들어야 할지 일론 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한다"는 글에 "트럼프는 대통령직이 3.5년 남았지만, 나는 40년 넘게 활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반응에 다시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내가 그에게 떠나라고 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 정책을 빼앗았다"며 "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he just went CRAZY!)"고 맞받아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며 머스크 소유 사업과의 연방 정부 계약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

머스크는 곧바로 "대통령의 정부 사업 취소 발표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머스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가 쓴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글을 재게시하며 "예스"라고 답했고, 트럼프의 핵심 대외 경제 정책인 관세 정책에 대해 "관세로 인해 하반기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별도의 글에서 "큰 폭탄을 투하할 때가 왔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으며, 이것이 공개되지 않는 진짜 이유"라며 폭로성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는 2019년 성 착취 혐의로 수감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미다.

두사람의 결별 소식에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폭락하며 시가총액 1520억 달러(약 206조원)가 하루 만에 증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 소식으로 강세를 보였던 뉴욕증시도 하락 마감했으며,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해 1개당 10만 달러 선 유지가 어려워졌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The One Big Beautiful Bill)’이라 명명한 감세 법안을 지난달 말부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특히 머스크는 백악관이 DOGE 수장 임기 종료를 기념하는 고별식을 연 지 나흘 만인 지난 3일,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 가득한 의회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럽다"는 글을 엑스에 올리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머스크는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낙선을 주장하며, 의원들에게 법안 반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개인 소득세율 인하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2017년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팁과 초과근무 수당 비과세 등 트럼프 대선 공약도 반영했다.

지난달 22일 하원을 통과했고,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이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선거자금으로 약 2억70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기부하며 최측근으로 떠올랐고, DOGE 수장으로서 연방 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지출 삭감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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