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주간지 ‘플래시(FLASH)’는 8일 보도에서, 후지TV가 지난 5일 성 상납 의혹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미나토 고이치 전 사장과 오타 료 전무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사실을 전했다.
시미즈 켄지 후지TV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방송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 후지TV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향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성접대 의혹의 중심 인물로 지목된 나카이에 대해서도 “현재는 모든 선택지를 남겨둔 상태”라며, 법적 조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현재 법무팀이 사안을 검토 중이라는 후문도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후지TV는 일본 민영 방송사 중 광고 수익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데, 이번 사태로 핵심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기업 신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나카이를 상대로 후지TV가 수십억엔, 우리 돈으로 최대 1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회사 전 사장인 미나토 고이치에게도 10억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만큼, 의혹의 중심에 있는 나카이에게는 그 이상 금액의 청구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나카이는 일본을 대표하는 MC로 연간 수입이 수십억원대이고, 도쿄 등지에 고급 부동산도 다수 소유하고 있다”며 “하지만 만약 후지TV 외에도 출연 광고사로부터 위약금이 동시다발적으로 청구된다면 개인 파산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 일본 매체 ‘주간문춘’이 보도한 내부 폭로에서 비롯됐다. 후지TV의 여성 아나운서 B씨는 당시 매체에 “편성부장 A씨를 통해 유력 연예인에게 성 상납을 당할 뻔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유력 연예인이 나카이였다고 폭로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2021년 12월 “A씨와 나카이가 회식을 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동석했다. 장소는 도쿄 롯폰기의 ‘그랜드하얏트호텔’ 스위트룸. 일반적인 회식 장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현장에는 나카이, 또 다른 남성 연예인, A씨, 그리고 여성 아나운서 2명이 함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스태프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고, 남은 4명 중 한 명의 남성 연예인은 전라 상태로 침실에서 손짓을 했다는 게 피해자의 주장이다.
B씨는 “편성부장이 여성 아나운서를 ‘접대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다”며 “의도적으로 남녀만 남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주간문춘’은 지난해 12월에도 후지TV의 여성 스태프가 나카이로부터 성 상납을 강요받았고, 회사 측에 강하게 항의한 뒤 합의금 9000만엔(약 8억33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후지TV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채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나카이는 일본 연예계의 상징 같은 인물이었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활동한 SMAP은 국민 그룹으로 불렸고, 해체 후에도 나카이는 단독 MC로 각종 예능과 방송에 출연하며 영향력을 이어갔다. 그런 그가 성 상납 의혹의 정점에 선 데다 법적 소송, 파산설까지 불거지면서 팬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믿기지 않는다”, “SMAP 시절 이미지만 기억하고 싶다”, “아이돌의 말로가 씁쓸하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후지TV 측은 전현직 임원들과 나카이에 대한 책임 범위를 검토 중이며, 조만간 공식 법적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안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방송계 전반으로 파장이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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