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패키지의 민낯] 저렴한 값에 수요 꾸준… 패키지 유통구조·가격 경쟁으로 관행 여전

  • 업계 초저가상품, 전체의 60~80%

  • 여행사가 현지여행사에 상품 하청

  • 쇼핑 인센티브·선택관광으로 보전

  • 공정위 제도 개선에도 실효성 부족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찾은 탑승객이 여행사 카운터 부스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탑승객이 여행사 카운터 부스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행업계에 따르면 초저가 해외여행 패키지는 전체 판매 상품 가운데 60~80%를 차지한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여행사들이 현지 여행사(랜드사)에 상품을 하청하는 유통구조와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해 상품의 질보다는 수익 보전을 위한 선택관광·쇼핑 끼우기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불만이 컸던 패키지여행 관행을 개선하고자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을 도입했다. 그러나 표준약관의 실효성 부족과 단속의 한계, 그리고 소비자의 저가 상품 선호가 맞물리며 이 같은 패키지는 여전히 온라인 여행사 홈페이지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초저가 패키지에 쇼핑이 많은 이유… 알고 보면 구조 때문

초저가 패키지와 관련한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여행 패키지 운영 시스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행사들은 성수기 항공 좌석 확보를 위해 비수기에도 항공권을 일정 수량 구매해야 하는 ‘하드블록(항공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미리 좌석을 확보하는 것)’ 계약을 맺는다.

이를 통해 여행사는 항공 좌석을 비교적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성수기에 좌석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항공사로서도 비수기 빈 좌석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하드블록 계약은 유리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이렇게 확보한 비수기 좌석을 소진하기 위해 초저가 패키지를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비수기에는 여행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좌석을 소진하려면 특가로 판매해야 한다”며 “여행 일정보다 쇼핑 일정이 더 많은 패키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옵션에 갇힌 해외여행… 구조적 문제와 제도 개선 과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 여행 유통구조의 병폐를 지적한다. 특히 ‘해외여행 현지에 상품 하청을 주는 유통구조’와 ‘원가 이하인 초저가 패키지 상품 경쟁구조’가 핵심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행패키지 구조상 여행사는 고객 예약만 받고 실제 일정을 수행하는 것은 현지 랜드사다. 랜드사는 고객이 지불한 가이드비용 외에도 쇼핑 인센티브와 선택관광 유도를 통해 어떻게든 수익을 끌어올려야 한다. 

홍규선 동서울대 교수는 “이러한 저가 패키지는 여행사가 랜드사에 상품을 하청하는 과정에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제 살 깎기식 마이너스 옵션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결국 랜드사에서는 투입된 비용을 고객들의 선택옵션으로 채우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선택관광 강요와 쇼핑 압박 등 상품 품질 저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섰다.

공정위는 2019년 ‘국외여행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표준약관 제4조에는 일정표에 일자별 여행지, 관광 내용, 쇼핑 횟수, 식사 등을 포함해야 하며 소비자가 선택관광을 거부할 시 여행사는 반드시 대체 일정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공정위는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을 통해 현지 필수옵션관광을 폐지하고 해당 비용을 상품 가격에 반영하도록 했다. 아울러 가이드·기사 경비는 별도로 명시해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총액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개선했다. 상품정보 페이지에는 상품 가격, 취소수수료, 쇼핑 여부, 안전정보 등을 전면에 표시하는 ‘핵심정보 일괄표시제’도 시행되고 있다.

제도 개선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명확해졌지만 실제 현지에서 운영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도영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여행업 표준약관과 법 적용의 한계를 악용한 구조적인 문제이자 소비자의 저가 상품 선호와 공급자 간 무한 가격 경쟁이 만든 부작용”이라며 “약관법에 해외여행 상품의 ‘선관주의의무와 관리’를 추가하고, 정책당국이 조속히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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