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업계에 따르면 BYD가 지난달 유럽연합(EU)에 출시한 소형 해치백인 '돌핀 서프(Dolphin Surf)'의 판매 가격은 최소 2만2990유로(약 3562만원)로, 프로모션을 통해 한시적으로 1만9990유로(약 3097만원)까지 가격을 낮춰 판매한다. '돌핀 서프'는 중국에서는 '시걸(Seagull)'로 판매되는 소형 전기차로 BYD의 주요 모델 중에서는 가장 크기가 작다.
BYD는 비슷한 시기 영국에도 '돌핀 서프'를 1만8650파운드(약 3397만원)에 선보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는 초소형 전기차를 제외하면 영국에 출시된 모든 전기차 모델 중 세 번째로 싼 가격이다. 이와 관련해 스텔라 리 BYD 부사장은 "유럽에서 소형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돌핀 서프'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BYD뿐만 아니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럽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인 립모터(Leapmotor)는 자사의 'T03' 모델을 영국에서 1만5995파운드(약 2913만원)에 판매한다. BYD '돌핀 서프'보다도 더욱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1만8900유로(약 2929만원)에 불과하다.
중국이 무더기로 2만5000유로 이하 가격대에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유럽에서 저가 전기차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유럽 브랜드 중에서도 시트로엥의 'e-C3', 르노의 '르노 5 E-테크' 등이 유럽에서 2만5000유로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 이렇듯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저가 전기차 경쟁에 적극 참여하며 중국 업체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상황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심화되는 저가 전기차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은 현대차와 기아가 연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주요 시장인데, 저가 전기차 시장을 잠식당할 경우 자칫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연간 판매량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 사이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는 흐름이다.
국내산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한 전기차는 현대차가 선보인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으로, 현지 가격은 트림에 따라 1만9345~2만5745유로로 책정됐다. 올해 1~4월 유럽에서 판매된 현대차의 전기차는 총 2만3132대인데 이 중 캐스퍼가 6964대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기아는 유럽에서 'EV3' 등을 출시했지만 기본 가격이 3만2995유로부터 시작해 이들 저가 전기차보다는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다만 EV3는 유럽에서도 성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를 인정받으며 현지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YD의 경우 헝가리에 이르면 오는 2026년에 전기차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되는데, 이 경우 중국 자동차 업체들에 부과한 EU의 관세도 무력화돼 가격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유럽에서 더욱 위협적인 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