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과 미·일 정상회담 등 '슈퍼 외교위크'를 앞두고 자동차 관세 협상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25%보다 더 높게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미·일 자동차 관세 협상 최종 결과와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 시작이 맞물려 있어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불확실성과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6일 출국한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방문 일정으로, 최대 관심사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양자 회담 가능성 여부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나 다자회의, 양자방문 등을 통해 현안을 논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첫 다자 외교 무대인 데다 자동차 및 부품, 철강, 알루미늄 등 한국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통상 이슈가 얽혀있는 만큼 실제 만남이 성사될지, 또 논의된다면 어떤 내용일지 관심이 쏠린다.
자동차 업계는 현재 자동차, 부품, 철강 등에 부과된 25%의 품목 관세와 7월 예고된 25%의 상호관세를 최대한 낮추거나 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일 관세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불안감도 감도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무관세 불허 입장을 일본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한국에도 그닥 좋을 것이 없다"면서 "일본이 국가별 관세율에서 미국의 양보를 얼마나 받아내는지, 또 쿼터제로 합의한다면 할당량을 얼마나 얻어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최대 대미 수출품목인 자동차 무관세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자동차 품목 관세 조정은 불가능하며, 일괄 관세율(10%)을 제외한 국가별 관세율(일본 14%)만 협상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상안 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본관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무역 흑자 8조6500억엔 가운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3.4%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대미무역 흑자에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해 일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수출 실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62억 달러(약 8조5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대미수출액은 같은 기간 32%나 줄어든 18억4000만 달러(약 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이후 수출 감소폭은 3월 9.8%, 4월 19.6%, 5월 32% 등으로 3개월째 감소폭을 확대하고 있다.
관세 정책이 장기화되면 업체별로 해외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GM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85% 이상이라 국내 생산 위축이 불가피하다. 실제 미국GM은 오리온, 캔자스, 테네시 등 3곳의 공장에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미국에 20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쉐보레 블레이즈 SUV 일부 모델은 2027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다. 현대자동차·기아도 수출 재고 물량이 이달 소진될 것으로 예상돼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인상을 예고한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자동차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외국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그리 머지않은 미래(in the not too distant future)에 그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국 생산 캐파가 현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데, 25%에 더해 추가 관세까지 맞게 된다면 수출 전략이 무의미한 상황이 온다"면서 "기업이 공급망을 조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가 통상 전략에서 묘수를 고안해 수출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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