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중앙 이스라엘의 한 피격 지점에서 발생한 화재를 현지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에 기습을 당한 이란이 연일 보복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란 핵·군사 시설을 타격한 이스라엘은 핵심 에너지 시설로 공습 범위를 넓혔고, 이란도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겨냥해 미사일 포화를 퍼부었다.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양측 간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협상마저 취소돼 중동 정세는 격랑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국방부와 핵시설, 에너지 시설을 폭격하고, 이란은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앞서 이스라엘이 13일 새벽 이란 핵시설과 군 수뇌부, 핵 과학자를 대상으로 선제 타격을 하며 양국 간 교전이 시작됐다. 이란도 같은 날 저녁부터 이스라엘에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은 가스전과 정유공장 등 에너지 시설로 확대됐다. 이란 수도 테헤란 남부 샤르 레이 정유공장과 북부 샤란 정유저장소에 이스라엘 공습으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인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일부도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이 나면서 생산이 일부 중단됐고, 테헤란에 있는 이란 국방부와 메흐라바드 공항 등 주요 시설도 공격받았다. 14일 오전에는 이란 서부 미사일 저장고와 발사대가 있는 지하시설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란도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전투기의 연료 생산 시설을 표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13~1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으로 미사일 약 200발과 드론 수십 대를 발사했다고 이스라엘 당국은 전했다. 이날 새벽 이란제 미사일들이 이스라엘 상공을 진입했고, 지상에서는 요격용 로켓이 발사되면서 섬광과 폭발이 이어졌다. 미 CNN방송은 이날까지 이란의 공습으로 이스라엘에서 사망자가 총 8명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전면전을 방불케 하는 공개 발언으로 긴장을 고조시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공개 연설에서 “이란 정권의 모든 시설과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라며 “그들이 상상도 못할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우방이자 사실상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통화하면서 “시오니스트(이스라엘)가 침략을 계속한다면 이란군의 더 가혹하고 강력한 대응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런 상황에서 오만 무스카트에서 15일로 예정됐던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협상은 결국 취소됐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이 미국의 승인 아래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백악관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군사 작전이 몇 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이 이를 암묵적으로 승인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핵 개발 중단과 경제 제재 해제 등을 두고 미국과 협상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로 협상이 계속될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핵시설 타격 효과적”·푸틴 “군사작전 규탄”
세계 각국은 양측 간 전면전을 피하고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50분가량 통화하며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 대결을 끝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이 효과적이었음을 인정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규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하고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권과 안보, 영토 완전성을 침해한 것을 명확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국제 유가는 크게 올랐다. 13일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4.23달러로 전장보다 7.0%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2.98달러로 전장보다 7.3% 상승했다.
한편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전쟁 이슈가 집어삼킬 전망이다. 영국 BBC는 “당초 G7 핵심 의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전쟁이었지만 중동 갈등 관리 방안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