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체리기차에 8GWh 수출…中 전기차 배터리판 흔든다

전기차 12만대분...국내 첫 중국 완성차 진입 사례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 배터리 [사진=LG엔솔]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체리기차에 6년간 약 12만대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를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체리기차와 총 8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국내 배터리사가 중국 완성차 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외국계 배터리 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폐쇄적인 시장이다. CATL, BYD 등 자국 업체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고 완성차 업체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자동차배터리혁신연맹(CABI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전기차 시장 배터리 점유율은 CATL(45.9%), BYD(22.5%), CALB(7.5%) 순으로, 자국 업체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업체는 그동안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왔다. 반면 한국 업체들이 집중하는 NCM(삼원계)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저온 환경에서도 출력과 충전 효율이 뛰어나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는 강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NCM 배터리 '46시리즈'는 지름 46㎜, 높이 80∼120㎜의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제품 대비 출력은 5배, 용량은 6배 이상 개선됐다. 공정 단순화를 통해 생산 비용도 크게 낮췄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46시리즈가 셀 수를 줄이고 건식전극 기술을 적용해 원가를 절반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그동안 원통형 배터리는 공간 활용성과 무게 부담 측면에서 비주류로 여겨졌지만 기술 발전으로 구조적 한계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며 "표준화된 규격으로 대량 생산에 유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 확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고체와 나트륨이온 등 차세대 기술은 아직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당분간 NCM 배터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대규모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 체리기차와의 계약으로 협력 범위를 중국까지 확대하게 됐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고객 가치만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체리기차와의 이번 공급 계약을 계기로 46시리즈 수주를 전 세계 시장으로 더욱 확대해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