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1년②] 日 기업, 각자도생 사투: 물류 우회부터 역수입까지

  • 코마쓰의 '미국 패싱' 직송화 선언과 자동차 업계의 '역수입' 역설

  • 환급 소송은 '금융 전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공급망 침투'의 정점

지난달 2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수출 차량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수출 차량들[사진=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상호관세를 통한 '제조업의 미국 회귀'는 지난 1년 동안 미국 내 높은 인건비와 복잡한 공급망 탓에 그 실효성은 미미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변화된 대미 통상 규범 하에서 각자도생의 사투를 벌이며 자신들만의 '공급망 신대륙'을 개척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의 최고 덕목이었던 '효율성'으로 상징되는 비용 절감의 시대는 가고, 어떤 장벽 앞에서도 공급망이 끊기지 않는 것이 비즈니스의 '절대 선(善)'이 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건설기계업체 코마쓰는 미국을 경유해 캐나다와 중남미로 가던 기존의 물류 노선을 완전히 폐기했다. 미국 땅을 밟는 순간 발생하는 막대한 관세 비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일본에서 캐나다와 중남미 등 목적지로 직접 제품을 운송하는 '직송화'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1년간 영업이익이 550억 엔(약 5200억원)이나 깎였고, 내년에는 1200억 엔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만들어낸 고육지책이다. 이는 미국 내 산업 부흥을 노렸던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의 '물류 허브' 지위를 약화시키고, 물류비용만 상승시키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생산이 불가능한 특수 기계 제조업체 '히타치건기'와 '쿠보타'는 "비싸도 일본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탄탄한 수요를 믿고, 관세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60% 이상 전가하는 '배짱 영업'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기묘한 반전이 포착된다. 미국 정부는 일본의 까다로운 환경·안전 기준을 무역 저해 요인인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대미 통상 마찰을 우려해 미국발 수입 차량에 대한 검사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런데 정작 이번 규제 완화의 틈새를 기민하게 파고든 것은 포드나 GM 등 미국업체가 아닌,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업체들이었다. 이들은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을 확대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미국산 일본차의 역수입'이라는 우회로로 응답하며, 공급망의 가동률과 수익성을 동시에 사수하고 있다. 트럼프가 열어젖힌 비관세 장벽 철폐가 오히려 일본차의 일본 내수 시장 진입 고속도로를 깔아준 셈이다.

반면 현지 생산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일본 자동차업체 스바루는 인디애나 공장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완성차 관세는 피했으나 일본산 부품에 붙는 관세와 현지 인건비 폭등을 견디지 못해 현지 법인이 적자로 돌아서는 '미국 생산의 역설'에 빠졌다. 마쓰다 역시 미국 공장 수출 물량 감소로 5년 만에 적자 전환하면서, 무조건적인 현지 생산이 정답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상호관세를 둘러싼 법정 다툼 또한 '금융 전술'로 진화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로 미 정부가 돌려줘야 할 환급 규모는 약 1660억 달러(약 251조 원). 닌텐도등 대기업들은 환급 소송에 나서고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환급받을 권리(채권)를 제프리스 등 투자은행에 60% 할인된 가격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환급금 깡'에 나서고 있다. 관세가 기업 법무팀을 수익 창출 모델로 바꿔버린 진풍경이다.

이러한 사투의 정점은 아예 미국 기업의 '심장'을 사 버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다. 일본제철은 수출 대신 141억 달러 규모의 거대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함으로써 관세 장벽을 아예 '성벽 안쪽'에서 무력화하는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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