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내수 한계 직면한 일본...해외서 성장 모색하는 日 기업들

  • 일본 기업, 해외 시장에서 생존 전략 모색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US 스틸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US 스틸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올해 초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에 나서면서 일본의 대미 투자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장기 불황에 따른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의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해외 투자 수익은 사상 처음으로 30조 엔(약 285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US스틸은 100년 넘은 역사를 지닌 미국 산업의 상징으로 일본 기업의 US스틸 인수를 두고 노동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미국 철강 산업은 1980년대 이후 경쟁력을 잃고 보조금에 의존해왔으며 최근에는 연속 적자에 시달리면서 결국 제조업 부흥을 외치던 미국 정부조차 사실상 인수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제철에 인수액 외에도 약 11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이를 포함하면 US스틸 인수는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가운데 지난 2019년 다케다제약의 샤이어(아일랜드) 인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일본제철에 있어 US스틸 인수는 단순한 해외 확장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내수 한계 속에서 해외 수익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조직 통합(PMI)에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정부의 규제와 감독 강화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건전한 재무 구조를 유지하면서 중장기 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번 인수는 미국과 일본 양국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침체한 미국 철강 산업은 관세로 자국 산업을 보호해 왔으며 여기에 일본의 고급 기술이 결합될 경우 고부가가치 철강 생산이 가능해지고 고용 유지와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제철은 현재 세계 주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과의 합작회사를 통해 인도에 준비 중인 공장을 포함해 '미국-일본-인도'를 아우르는 '철의 삼각 지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철강 산업뿐만 아니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산업 구조가 전체적으로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이라는 전통 주력 산업 외에 이를 대체할 만한 강력한 신산업이 아직 부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와중에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일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세계 최초 MSG를 개발한 일본 식품회사 아지노모토는 2023년 기준 전체 매출 중 일본 내 비중이 34%, 간장 제조업체인 기코만도 일본 내 매출 비중이 25% 수준에 머문다. 이들은 아시아권이 아닌 북미와 유럽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주력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진출 러시는 금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최대 은행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해외 매출 비중이 이미 50%를 넘겼고, 일본 주요 증권사인 노무라홀딩스도 약 40%에 달한다. 이처럼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일본 기업들에게 해외 시장은 생존 전략을 넘어서 미래 성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 수익이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본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해외에서 거둔 이익을 자국 내 고용, 신산업 육성, 임금 상승 등 사회 전반의 선순환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제일(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진출 기업들의) 이 수익을 어떻게 일본으로 환원해 새로운 성장 투자나 사회 환원으로 연결할지가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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