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관할 법원을 울산지법으로 변경해 달라는 피고인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은 예정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17일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의원의 뇌물 사건과 관련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관할 이송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울산지법, 이 전 의원 측은 전주지법으로 사건을 각각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두 피고인의 범행은 대향범 관계에 해당해 병합 심리의 필요성이 있고, 이송을 하더라도 신청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향범은 뇌물죄처럼 행위 주체 간 상호 관계가 범죄 성립 요건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과거 유사한 사례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이 있다. 두 사람은 2018년 1월 각각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됐고, 김 전 기획관 측은 주소지를 고려해 서울동부지법 등으로 관할 이송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뇌물죄는 상대방의 범행이 전제돼야 자신의 혐의가 성립하는 범죄로, 재판부는 피고인 간 병합 심리의 필요성이 관할 이익보다 우선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김형연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 앞서 “검찰이 서울에서 기소한 것은 검찰 편의에 따른 결정이며,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산에서 서울까지 왕복 10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 출석 자체가 형벌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관할 이송이 해결된다면 국민참여재판 여부도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며, 이번 재판이 검찰권 남용의 사례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문 전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절차여서 문 전 대통령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식 공판은 향후 기일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이 전 의원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청와대 등 주요 범행 장소가 서울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관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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