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전격적으로 이란 핵 시설을 정밀 타격한 가운데 핵 능력을 사실상 완성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이번 공격으로 핵무력 증강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우리의 목적은 이란의 핵농축 역량을 파괴하고 세계의 최대 테러 후원 국가가 제기하는 핵 위협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중동의 불량배(bully)인 이란이 이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 능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을 공습했다. 그중 포르도는 대표적인 이란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시설로, 이곳에선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확전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넘어 전쟁에 직접 개입한 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북한 내부에서도 미국의 이란 폭격을 예의 주시하며 핵무기 개발에 더욱 매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 입장에서) 언제라도 불시에 북한 핵시설 공습 등이 일어날 가능성,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 사례, 핵을 개발하려다 공격을 받은 이란 사례 등을 감안할 때 핵 포기 불가 유인이 증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총장은 "(향후 북한이) 북·러, 북·중 밀착을 통한 진영 외교에 주력할 것"이라며 "전쟁 위기감을 통해 핵 무력 증강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이란의 사례는 다르지만, 일관성 없는 트럼프 정부와의 향후 협상을 크게 기대하지 않을 가능성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의 이란 공격 사태가)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로서는 전쟁 반대, 긴장 완화, 평화 정착을 위한 일관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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